배우 정상훈(38)이 무려 18년의 무명 설움을 딛고 일어섰다. 유행어인 '양꼬치 앤 칭따오'를 통해 제1의 전성기를 만난 그는 JTBC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예능적 이미지를 이겨냈다. 김희선의 남편 안재석 역으로 분한 정상훈은 이 작품을 통해 일명 '국민 불륜남'으로 다시 태어났다. 스태프들은 물론 시청자까지 사로잡은 정상훈은 영화 '로마의 휴일'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작은 역할이더라도 최선을 다한 그동안의 결과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면서 "42살 전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전에 잘 되어서 천만다행이다"라고 싱글벙글 웃었다.
-'품위녀'가 성공리에 종영했다. "이렇게 잘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계절감이 맞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작품이 일단 재밌고 완성도가 있으면 된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참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색다른 컷과 음악 덕분에 더욱 고급스러운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이런 드라마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감독님과 첫 번째 미팅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독님이 너무 쉽게 캐스팅을 확정했다. 얼떨결에 악수도 했다. 믿을 수 없어서 매니저한테 정말 확정된 거냐고 물었더니 매니저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웃음) 대본리딩 날짜를 듣고 나서 정말 됐다는 걸 확신했다. 김희선, 김선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할을 하다니 뿌듯했다."
-왜 쉽사리 믿지 못했나. "이번에도 망하는 작품이 아닌가 우려했다. 그간 망하거나 엎어진 작품에 많이 출연했었다. 세 번째 주인공이라니 이상했다. 김희선, 김선아 씨가 주인공이란 말을 듣고 '왜 나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도 그런 기회가 있었지만 이렇게 결정까지 된 건 처음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많아 견고해진 상태였다." -첫 미팅 후 바로 확정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는. "'운빨로맨스'의 영향이 컸다. 감독님이 그 작품을 보고 날 마음에 담고 있었다고 하더라. 행운이었다. '진짜 작은 역할이란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역이라도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
-파트너가 김희선이었다.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엔 주변의 반신반의하는 반응 때문에 더 힘들었다. '과연 정상훈이 잘 해낼까?'를 체감할 정도로 느껴졌다. 예능적인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나. 내가 의도치 않아도 틀에 박힌 사고방식 때문에 고민스러웠다. 어떻게든 그런 걸 연기로 종식시키자고 생각했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5, 6부 접어들고 나선 '왜 캐스팅했는지 알겠다'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이 나왔다. 그런 반응을 보니 '드디어 통했다' 싶었다."
-요즘 인기를 실감 하나. "정말 많이 실감하고 있다. KBS 2TV '연예가중계'의 1대 1 인터뷰 코너 같은 걸 했다. 사실 '양꼬치 앤 칭따오'로 사랑받아도 그 인터뷰는 못 했었는데 이번에 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사실 그런 것 아니고는 일 끝나면 바로 집에 가는 스타일이다. 셋째가 이제 막 태어나 아내를 도와줘야 한다. 그래도 길을 다니면 예전엔 20~30대가 많이 알아봤는데 요즘은 아주머니들도 많이 알아본다."
-김희선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호흡이 잘 맞았다.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 눈빛을 보면 아는데 작품에 대한 열의가 많아 시너지 효과가 났다. 신들이 잘 만들어졌다. NG 없이 한 번에 쭉 갔다. 테이크가 2번 이상 안 갔다. 극 중 아버지 생신 날 김희선 씨가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날 너무 추웠다. 입김이 보일 정도였는데 정말 프로답게 한 번에 해내더라.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