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은 173cm, 78kg으로 크지 않는 체격이지만 300야드 이상의 호쾌한 장타를 날린다. 신발 사이즈가 280mm로 신장에 비해 크고, 25호 장갑을 낄 정도로 ‘왕손’을 가졌다. 반면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귀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같은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두 얼굴의 사나이’ 김홍택의 등장은 후반기 투어 열기를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김홍택은 27일 부산 기장 해운대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최종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1부 투어 시드를 얻은 루키 김홍택은 화끈한 장타를 바탕으로 공동 2위 이근호와 맹동섭(합계 12언더파)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신인 김홍택은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이전까지 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 2회에 불과했다. 1부 투어 최고 성적도 올해 카이도 드림오픈 공동 33위였다. 하지만 김홍택은 단숨에 정상 등극에 성공했고,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챙겼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96.5야드로 이 부문 3위를 달리는 김홍택은 경기 전부터 드라이버 연습에 집중했다. 김홍택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드라이버로 연신 빈 스윙을 하면서 티샷 영점 조준을 하는 모습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선 뒤에도 보통 신인들과 달랐다. 챔피언 조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갤러리와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홍택은 첫 홀부터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구사하며 화끈한 경기를 예고했다. “지키는 골프보다 7언더파를 목표로 삼고 제 플레이를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홍택은 3라운드 때처럼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았고, 두 번째 파5 홀에서도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장타를 무기로 김홍택은 4개의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으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반 9홀에서 2타를 줄인 그는 추격을 용납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더욱 간격을 벌렸다. 김홍택은 파5의 15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2온 2퍼트 버디로 우승을 자축했다.
김홍택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14야드를 찍으며 출전 선수 중 최장타를 뽐냈다. 그는 "야구를 했던 아버지가 유일한 골프 스승인데 '방향성에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세게 쳐라'는 주문에 따라 연습했던 게 장타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 김성근(50)씨는 캐디로 호흡을 맞추며 우승을 합작했다.
김홍택은 "그동안 아버지에게 반항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버지 말을 잘 들어서 우승한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호흡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이정환(26)은 최종 합계 10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상금 랭킹 1위 장이근(24)은 이번 대회에서 총 5개의 아웃오브바운즈(OB)를 기록하고도 최종 합계 1언더파 공동 34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