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질염 등 염증 질환을 겪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서소문에 있는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1일 오후 7시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47시간 동안 릴리안 사용 후 부작용 사례를 접수 받았고 총 3009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중 질염 등 염증 질환을 겪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전체의 1680명(55.8%)으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 주기가 변화하거나 생리혈이 줄었다는 응답도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제보자가 응답한 생리 기간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생리 기간 감소'로 2일 이하 감소가 1076명(35.8%), 3~5일 이하 감소가 1050명(34.9%)으로 전체의 70.7%나 차지했다. 생리가 아예 끊긴 경우도 141명(4.7%)이나 됐다.
또 1977명(65.6%)은 생리 주기 변화를 겪었다고 응답했으며 생리 주기 1~2개월 변화는 684명(22.7%), 3개월 이상 변화는 311명(10.3%), 6개월 이상 변화는 370명(12.3%)이었다. 이외에 생리불순도 612명(20.3%)이었다.
생리통의 경우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응답자는 2045명(68%)으로 이 중 조금 심해졌다는 1130명(37.6%), 많이 심해졌다는 915명(30.4%)이었다. 715명(23.8%)은 생리통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피부질환의 경우 릴리안 사용 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1395명(46.6%),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심해진 경우는 1453명(48.3%)으로 비슷한 비율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SBS 스페셜 '환경호르몬의 습격'을 제작한 고혜미 방송작가와 불꽃페미액션 김동희 활동가를 비롯해 릴리안 사용 후 피해를 봤다는 20대와 40대 피해자가 참석해 발언했다.
고 작가는 "지난 2006년에 10대 여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을 때와 이번 설문에서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7.6%에서 올해 약 19%로 2.5배나 증가했다"며 "원인도 모른 채 아픈 증상을 겪는 여성들이 나중에 자궁질환자나 불임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작가는 "현재 업체들은 자사 제품에는 발암 물질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 할 생리대 성분 조사 결과는 전혀 없다"며 "식약처는 현재 최악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얼마나 (여성들이) 고통을 받아야 바꿀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불꽃페미 김동희 활동가는 "이 나라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인지 묻고 싶다"며 "여성이 수십년 간 사용하는 생리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연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로 나온 한 40대 여성은 "원래 생리는 5~6일 정도씩 했으나 하루하루 줄더니 3일로 줄었고 올해 초에는 하루 만에 끝날 정도로 줄어 폐경이 온 줄 알았다"며 "만 1년을 사용하던 생리대 때문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사용한 것이 후회가 되고 아직도 불안하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한 20대 여성은 "2014년 릴리안이 출시된 해부터 최근 8월까지 3년간 꾸준히 사용을 해왔다"며 "하지만 이 제품을 쓰면서 27~30일 정도였던 생리 주기가 2~3주로 줄어들었고 어떤 때는 3개월에 한 번만 생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깨끗한나라는 결국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환불 하나로 무마하려는 태도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식질환을 겪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20대인 이 피해자는 "2011년 깨끗한나라의 '순수한면' 출시 이후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써왔는데 생리불순이 찾아와서 병원에 갔지만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만 받았다"며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2015년 다난성난소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현재 호르몬 불균형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지난 3월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식약처와 업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나서고 있다"며 "생리와 관련된 증상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사건'으로 폄하돼 주목받지 못하고 누구도 책임 있게 관련 조사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조속히 원인규명과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생식독성과 발달독성, 피부 알레르기 물질,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을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