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은퇴 투어'에 나서게 된 이승엽(41·삼성)은 10일 대전 한화전 경기 시작 30여분 전인 오후 6시에 3루측 더그아웃 옆 관중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 준비를 위해 몸을 풀러 나온 그는 언제나 그랬듯 그물망을 두고 5분 가까이 팬들과의 미니 사인회의 시간을 가졌다.
떠나는 이승엽이나,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나 이제 마지막을 기념하고 준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을 위해 KBO 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무대는 10일~11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삼성전에서 시작된다.
이승엽은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10일)부터 은퇴 투어를 시작하게 됐다. "사실 야구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 도착해 팬들의 격려를 받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까 실감난다."
-대전구장에서의 추억이 있다면. "한국을 대표했던 좌완 투수인 구대성 선배님은 지금껏 상대해본 투수 가운데서도 아주 뛰어난 선수였다. 구대성 선배께 워낙 약했는데 대전에서 홈런을 한 번 때린 적 있다. 펜스를 맞고 넘어가는 홈런이었다."
-은퇴 투어를 부담스러워했다. "사실 많이 어색하고 생소하다. 프로의 무대에서는 이겨야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그래도 막상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간소하게나마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특히 후배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안 좋게 받아들이까봐 염려되는 측면도 있다."
-매 은퇴 투어 때마다 어린이 팬들과의 사인회를 갖기로 했다. "야구장 안팎에서 어린이 팬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팬서비스를 할 기회가 적다. 이런 자리를 빌어 그 동안 못했던 것을 하고 싶다.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원정구장 마지막 경기에서 추억을 쌓고 싶다."
-은퇴 투어 행사가 훈련에 지장은 없나. "어린이 팬 사인회는 크게 문제 없다. 평소에 그런 기회가 자주 없으니까…오히려 사인회 때 이름이 새겨진 손목 밴드를 선물하려 한다. 대전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준비하지 못했지만 다음부터 꼭 준비할 것이다."
-이런 은퇴 투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실 프로야구를 떠나 우리 한국 사회가 아직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프로야구도 응원팀을 떠나 상대팀, 상대 선수에 대해 좀 더 존중해주시면 좋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은퇴를 실감하나? "이제 느껴진다. 주변에서 '섭섭하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시간이 다 오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만 후배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안 좋게 받아들이까봐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대기록을 작성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와 지금 많은 관심을 받는 데 있어 차이점이 있나?
"그때는 야구를 잘해서 많은 인터뷰를 했다. 다만 그로 인해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다. 지금은 짠하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많이 축하해주시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