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20·LG)이 임찬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체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1선발급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
김대현은 프로 데뷔 2년 차 투수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신체 조건(키 188cm·몸무게 100kg)이 뛰어나고 시속 140㎞ 중반의 빠른공을 던진다. LG는 자질이 뛰어난 김대현을 1년 차 때부터 관리했다. 김대현은 팀 레전드 출신의 이상훈 코치가 지도하는 LG 피칭 아카데미의 첫 수료생이 됐다.
올 시즌 초반엔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이비드 허프의 공백을 메웠다. 여섯 번을 선발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8,67을 기록했다.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돋보이진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허프가 복귀한 뒤 보직이 애매해진 김대현을 2군으로 내렸다. 실전 경험을 더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김대현은 "시즌 초반에는 내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당당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온다면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전반기 막판 다시 허프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양 감독은 주저 없이 김대현을 투입했다.
다짐을 지켰다. 달라진 투구를 보여 줬다. 7월 이후 나선 네 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했다.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3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그사이 한 경기 개인 최다 이닝(7이닝)을 경신했다. 최근 3경기에서 받은 타선의 득점 지원은 6점에 불과했지만 박빙의 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를 했다.
무엇보다 자신감 있는 피칭을 한다. 커브와 포크볼은 아직 미완이다. 하지만 피안타와 피홈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직구와 슬라이더 구사율이 높지만 허를 찌르는 커브를 결정구로 던질 때도 많다. 김대현은 시즌 4승을 거둔 7월 19일 kt전이 끝난 뒤에도 "뛰어난 투수도 실점을 많이 하는 경기가 있다. 나는 지금 위기 상황에서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투수다"며 성숙한 자세를 보여 주기도 했다.
LG는 전반기에도 5선발 임찬규가 5월까지 등판한 8경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 가며 '깜짝 활약'을 했다. 그 덕분에 초반 상승세를 탔다. 후반기엔 김대현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탄탄한 5선발 덕분에 타선의 공격력이 침체된 시기에도 반등을 노릴 수 있었다.
선발 공백을 잘 메워 낸 두 선수의 자리 경쟁도 주목된다. 허프는 다음 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재활 등판을 치른다. 그가 복귀하면 우완 투수 중 한 명은 롱 릴리버로 전환하게 된다.
전반기 막판 부진했던 임찬규는 후반기 등판한 두 경기 모두 5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막아 내며 반등했다. 하지만 김대현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 간다면 양상문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불펜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임찬규다. 일단 팀 입장에선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 두 선수의 경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