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팬심 모두 가진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하지만 올 시즌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클래식 순위는 하위 스플릿을 전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조별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렇다 할 컬러가 없는 무색무취로 K리그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최근 서울은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클래식 20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2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1로 이겼다. 후반기 들어 첫 2연승이다. 그리고 8승7무6패, 승점 31점으로 하위 스플릿을 벗어나 드디어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이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이 발판을 밟고 진정으로 도약을 해야 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 서울이 풀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
◇ '약팀 징크스' 깨야 한다
후반기 들어 서울은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하다'는 공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수원 삼성과 14라운드 슈퍼매치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서울은 15라운드 대구 FC전(0-0 무)을 시작으로 16라운드 상주 상무전(1-2 패), 1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2-2 무)까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8라운드 전북전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반전하는가 싶더니 19라운드 광주 FC전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후 20라운드 포항전(1-0 승)과 21라운드 제주전(2-1 승)을 연이어 이겼다. 최근 8경기에서 상위 스플릿에 속한 팀들에 모두 승리한 반면 하위 스플릿 팀들에는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황선홍(49) 서울 감독이 제주전을 앞두고 "서울은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제주는 강팀이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서울은 '약팀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약팀을 잡지 못한다면 상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약팀을 확실히 무너뜨리는 것이 강팀의 첫 번째 조건이다.
서울이 강팀의 조건을 갖췄는지 볼 수 있는 경기가 찾아온다. 서울은 1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22라운드를 치른다. 인천은 승점 18점으로 하위 스플릿인 10위에 위치해 있다.
서울이 인천을 잡고 약팀 징크스를 깬다면 진정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에도 징크스를 깨지 못한다면 서울의 우승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에 있어서 인천전은 올 시즌 운명을 걸어야 할 중요한 한판이다.
서울은 간판 공격수들을 믿는다. 데얀(36)과 박주영(32)이 서울 상승세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데얀은 10골을 넣으며 득점 랭킹 4위에 올랐다. 박주영의 몸은 올 시즌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데얀을 제치고 선발 출전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7골로 득점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윤일록(25)은 7도움으로 염기훈(34·수원), 김영욱(26·전남)과 함께 도움 공동 1위를 질주 중이다. 인천전 승리를 위해 이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데얀은 "인천전에서도 반드시 승리해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이적생 효과' 얻어야 한다
서울의 올 시즌 부진 속에는 이적생들의 침묵도 들어 있다.
전반기 영입한 공격수 마우링요(28)는 실패로 결론이 났다. 서울은 마우링요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친정팀으로 돌아온 하대성(32)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도움이 못되고 있는 형국이다. 야심차게 영입한 이명주(27)는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이적생들이 서울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 주기에는 부족했다.
후반기는 기대할 만하다. 하대성이 부상에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영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측면 공격수 코바(29)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코바는 K리그 적응이 필요 없는 공격수다. 2015년부터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60경기에 출전해 13득점 17도움을 올렸다. 현란한 발 기술과 저돌적인 움직임이 장점이다.
데얀, 박주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서울의 공격력은 상위 스플릿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황 감독은 "코바의 영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K리그 경험이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적응에 문제가 없다"며 "분명히 장점이 있는 선수다. 기대감이 크다. 코바를 통해 데얀과 박주영도 더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공격에 코바가 있다면 수비에는 K리그 역사상 첫 이란 국적 선수인 칼레드 샤피이(29)가 있다. 올 시즌 서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였다. 뻥뻥 뚫리는 서울 수비는 서울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칼레드가 서울 수비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다는 희망이 크다. 그는 184cm, 79kg의 탄탄한 피지컬로 탁월한 위치 선정이 강점으로 꼽힌다. ACL 200경기 이상 뛴 경험도 있다. 광주와 19라운드에서 후반 교체되며 서울 데뷔전을 치렀다. 칼레드는 "서울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서울의 리그 2연패에 공헌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이적생 효과'를 기다린다. 박주영 등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이적생들의 폭발력이 더해진다면 더욱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이적생들이 침묵한다면 있는 자원으로 힘겹게 버틸 수밖에 없다. 서울의 후반기 운명이 이적생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