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SM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연예기획사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백화점에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너나없다.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기 연예인을 앞세운 협업 제품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동방신기 선글라스에 엑소 도시락까지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9일 본점과 잠실점에 새로운 선글라스 브랜드인 '오이일' 매장을 오픈했다.
오이일은 롯데백화점이 인기 선글라스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SM에서 유통을 주관하는 'SM브랜드마케팅'과 합작해 론칭한 브랜드다.
우선 본점과 잠실점의 오이일 매장에서는 총 30여 개 제품을 판매한다. 개성 있는 스타일에 특수 소재 안경테와 렌즈를 사용한 '유니크' 라인 제품군의 대표 가격은 24만8000원 선이다. 여기에 동방신기·샤이니·엑소 등 SM 소속 아이돌 그룹을 대표하는 컬러 및 패턴 등을 반영한 라인도 선보인다. 이 라인의 대표 가격은 11만8000원대로, 젊은층을 공략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SM 소속 가수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22일 SM과 손잡고 여름철 피크닉 먹거리 6종을 선보였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SM과의 협업 제품을 간편식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엑소 한식도시락' '샤이니 치킨커리덮밥' 등이 탄생했다. 이들 제품은 포장 디자인에도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로고와 패턴, 안무를 반영했다.
이마트는 SM 협업 상품을 편의점 위드미와 SM 굿즈 매장인 썸마켓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편의점 씨유(CU)는 지난달 29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손잡고 '방탄소년단 티머니 카드'를 단독 출시했다.
25만 장 한정 판매되는 이 카드는 방탄소년단 단체컷 1종과 멤버별 개인컷 7종 등 총 8종의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CU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티머니카드는 편의점, 핀테크, 엔터테인먼트 세 분야가 함께 협업해 만든 생활 속 잇(it) 아이템"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팬덤 문화…매출 효자 노릇 '톡톡'
유통 업체들이 이처럼 대형 연예기획사와의 협업에 나서는 것은 과거 10대에 머물던 팬덤(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문화가 구매력이 높은 20~30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6일 끝난 아이돌 오디션 TV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주요 시청자도 10대보다 20~30대가 많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30대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고, 구매력도 10대보다 높은 편”이라며 "유통 업체와 엔터테인먼트사의 협업은 당분간 봇물을 이룰 전망"이라고 말했다.
협업의 결과도 좋다. 이마트가 지난 3월 선보인 '동방신기 트러플로즈 초콜릿' '소녀시대 팝콘' '샤이니 탄산수' 등 협업 상품은 출시 후 한 달간 총 70만 개가 팔려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협업을 하기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배 가까이(평균 190%) 급증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이마트는 지난 4월 유산균, 비타민C, 껌 등 23종을 추가로 선보이는 등 협업 제품을 상반기에만 40여 종까지 늘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의 상품과 SM의 콘텐트가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무분별한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연예인을 앞세운 식품와 제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품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며 "유명 스타의 이름과 얼굴을 내걸고 서둘러 영업에 들어간 뒤 품질에 소홀한다거나 턱없이 가격을 올려 받는다면 소비자들로부터 금세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