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또한 남겼다. 바로 무한정 늘어지는 판정 시간과 관중을 위한 배려였다.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8라운드에서는 VAR 시행 뒤 1호 득점 무효 기록이 나왔다.
이종호(25·울산)는 1-1로 맞서던 후반 16분 동료 김승준(23)의 크로스를 받아 역전 헤더슛을 넣었다. 그러나 VAR을 통해 이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골 자체는 완벽했지만, 김승준에게 볼이 전달되기 직전 한승규(21)가 김종우(24)에게 건 깊은 백태클이 문제가 됐다.
울산은 VAR 결과에 수긍했다. VAR 1호 득점 무효의 주인공이 된 이종호 역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정확한 판독"이라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조영증(63) 심판위원장 역시 "판독은 흠잡을 데 없었다. 주심과 VAR 조정실이 협업해 문제를 바로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정작 VAR에 대한 아쉬움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무려 6분이나 걸린 시간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가진 VAR 설명회에서 비디오 판독을 하는 데 전후 시간을 합쳐 평균 40초 안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오래 걸려도 1분 내외면 끝이 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종호의 골 장면을 판독할 때는 무려 6분이나 소요됐다. 이 때문에 흥미진진했던 경기 분위기도 확 가라앉았다. 1-1 동점에서 역전으로 가던 길목에 있던 상황이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서 무려 6분 동안이나 멀뚱멀뚱 서 있던 선수들은 식어 버린 땀과 빼앗긴 템포 앞에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김도훈(47) 울산 감독은 "평균 판독 시간이 20~40초라고 들었지만 조금 길었다"고 했다. 이종호는 "(시간이 길어서) 몸이 조금 굳었다"고 말했다. VAR에 소요된 시간 때문에 후반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지면서 경기 박진감도 떨어졌다.
더 답답한 건 따로 있었다. 판독이 진행되던 6분 동안 VAR 과정에 대한 언급이나 장면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관중과 선수는 물론 TV 중계를 보던 시청자 모두 답답해했던 것이다. VAR을 하는 이유가 득점 상황의 오프사이드 때문인지, 그 전의 상황 탓인지 언급조차 되지 않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연맹 측에 따르면 이날 영상 판독에는 20초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그러나 장비와 기술적 결함 문제로 대기심판석의 모니터에 영상이 제대로 송출되지 않으면서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맹 측 관계자는 "1일 있었던 다른 경기의 VAR 판독은 1~2분 안에 모두 종료됐다. 울산전에 있었던 장비 문제를 앞으로 보완한다면 1분가량이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가 장내 방송을 통해 VAR 판독 과정과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 이는 팬을 위한 '배려'의 차원으로도 필요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VAR 첫 실행이라 시간도 걸린 것 아니겠는가. 점점 단축될 거라고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