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얼(이사랑 감독)'이 결국 관객들까지 잡지 못한 모양새다. 개봉 전 불거진 혹평은 시사회 후 평론가와 영화기자들의 악평으로 이어졌다. 28일 개봉 당일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실망스러움이 담긴 짤막한 한줄평과 한숨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한 마음 한 뜻의 악평. 조용한 영화계에서 간만에 터진 이례적 사건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않은 일부 예비 관객들은 '이렇게까지 악평이 쏟아질 수 있냐'며 의구심을 표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체없는 악평이 아니다. 졸작·망작·괴작 어느 표현 하나도 완벽하게 영화 '리얼(이사랑 감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세상에 이런 영화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세계, 아니 '시에스타(극중 카지노 이름)'다.
'리얼' 혹평의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크게는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와 난해한 연출을 꼽는다. 물론 '디테일하게 분석하는 노력도 사치'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 '괴랄한' 영화를 함께 한 배우들은 죄가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개봉 날에는 불법유출 피해까지 입었다.
김수현 이름값에 115억 투자…中머니 폐해'리얼'은 2년 전 중국 알리바바픽처스로부터 115억을 투자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제작사 코브픽쳐스 대표이자 감독인 이사랑 감독이 투자를 성사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 능력을 인정 받으면서 감독 교체라는 불운 속 본인이 감독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이나머니부터 악재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김수현의 이름값과 몸값을 신뢰한 것이지 '리얼' 시나리오를 보고 투자했을리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썩 좋아할만한 소재는 아니다. 다만 시나리오에 김수현 캐스팅이 붙었으니 투자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드 문제가 없었다면 중국 동시 개봉을 노렸을테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솔직히 김수현 팬들에게도 비추천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카메오만 10 여 명? 3명 찾으면 성공분명 등장했다고 하는데 눈을 뜨고도 찾기 힘들 정도로 스쳐 지나간다. '리얼'에는 약 10여 명이 넘는 카메오 군단이 출연한다. 박서준·배수지·아이유·안소희·손현주·김다솜·박경리(나인뮤지스)·김주하·박민하(전 나인뮤지스)·쿨케이·정하은 등이 그 주인공. 인맥으로 성사시킨 스타 카메오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김주하·배수지·아이유·박민하 정도는 그나마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다른 배우들은 등장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포착했다면 팬이거나 가족일 확률이 높다.
신예 한지은 4200:1 오디션 무의미'설리 짝퉁' 한지은은 왜 4200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오디션을 치른 후 뽑아야 했던 것일까. 극중 여배우 한예원 캐릭터를 맡은 한지은은 설리를 따라하며 김수현과 파격 정사신을 선보인다. 그게 끝이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는 분명 부푼 꿈이 있었을 터. 어두운 화면에 얼굴 인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을 본다면 꽤 슬플 일이다.
이성민·성동일·조우진 '재능낭비'이성민·성동일·조우진·이경영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은 민망할 만큼 대단하다. 좋게 말해 재능기부, 사실상 재능낭비다. 조폭 성동일, 반전의 정신과 박사 이성민, VIP 고객 전문 변호사 조우진, 범죄조직 추적 형사 이경영은 영화 초·중·후반까지 중심과 흐름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리얼' 속 캐릭터라 문제다. 배우들의 생고생과 노력을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조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