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요즘 시대에 맞는 트렌드 예능으로 호평받았던 '나 혼자 산다'는 4년 여 넘게 방송되면서 패턴 반복으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시청자들이 하나 둘씩 떠나갔다. 한 때 금요일을 대표하던 예능의 시청률이 5%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제작진과 출연진을 새롭게 꾸렸고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변화를 줬다. 이 변화는 돌아섰던 시청자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았고 10%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개월 만에 일어난 변화
'무한도전'·'라디오스타'·'세바퀴' 등을 연출했던 황지영 PD가 지난해 11월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았다. 작가진 역시 새롭게 꾸려지며 변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황지영 PD는 "정말 파란만장했던 것 같다. 처음에 모델 이소라 씨부터 시작해서 좀 있다가 배우 다니엘 헤니를 촬영했다. 이후엔 200회 특집이 있었다. 200회를 거치면서 멤버들을 바꿨다. 멤버들의 케미가 좋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좋아졌다"고 말했다.
황 PD는 이어 "자칫 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출연진이 진정성 있게 해주니 더 호감이 된 것 같다. 실제로 멤버들끼리 사이가 너무 좋아 방송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게 보인다. 현실 남매 케미나 세얼간이, 중간에 썸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작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출연진들끼리 사이가 좋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엔 무지개 라이브에만 토크를 하고 VCR 위주로 방송되는 방식이었다. 황 PD는 여기서 변화를 줬다. 편집된 VCR을 출연진이 보면서 토크하는 분량을 자연스럽게 늘렸다. 시청자들은 VCR 내용과 토크 내용 모두에 집중하면서 각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위기도 멤버들 케미로 극복
'나 혼자 산다' 고정 멤버인 전현무·박나래·한혜진·이시언·윤현민·헨리·기안84는 출연할 때마다 돈독한 우정을 보여준다. 멤버들의 합이 좋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전현무와 한혜진 사이엔 미묘한 핑크빛 기류가 있었다. '썸'과 '쌈'을 오가던 두 사람을 놀리는 재미가 있던 것. 그러던 중 한혜진의 열애 사실이 알려졌고 자칫하면 진정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쿨하게 극복했다. 황 PD는 "제작진 입장에선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의 썸 캐릭터가 만들어진 계기는 전현무와 한혜진이 산행한 모습을 본 박나래의 "산을 탄 거야, 썸을 탄 거야" 발언부터였다. 이후엔 여러 아이템을 통해 두 사람의 미묘한 썸이 포착됐고 주목받았다.
황 PD는 "열애 기사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한혜진 씨 역시 어떤 매체에서도 열애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본인이 말한 대로 모델이지 전문 방송인이 아니니 더 그랬다. 그런데 친한 친구들이 와서 '왜 열애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섭섭하다고 하니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 유쾌하게 얘기한 것 같다. 방송을 떠나서 한혜진 씨가 박나래 씨를 너무 좋아한다. 방송을 의식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케미가 좋아 이 부분이 유쾌하게 풀릴 수 있었다. 또 그녀가 쿨하게 대처해줘 정말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방송 초반엔 기러기 아빠나 이혼남·옥탑방에 사는 싱글남 등에 초점을 맞췄다. 짠내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웃음 포인트였다면 4년 여 방송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황 PD는 "다양한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고 그런 전반적인 내용을 전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혼자 살아도 멋있게,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