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이 침체돼 있던 tvN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심에 배우 조승우가 있다.
'비밀의 숲'은 최근 시청률이 4%대까지 상승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4회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까지 치솟았다. 극 중 조승우는 서부지검 형사3부 검사 황시목 역을 맡았다. 다른 출연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출연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시청자의 호평 댓글 중 대부분이 조승우의 몫. '비밀의 숲'의 상승세에 조승우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tvN 침체기 극복
'비밀의 숲' 전작인 '내일 그대와'와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이제훈 등을 캐스팅하고도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용히 막을 내렸다. 기대가 높았던 탓에 실망은 더욱 컸다. '믿고 보는' 수식어까지 얻었던 tvN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는 하락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출사표를 던져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는 셈이다.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해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처음부터 조승우는 시청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연출자 안길호 PD가 "캐스팅 자체가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을 정도. 1999년 영화 '춘향뎐'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오랜 연기 생활 동안 단 3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마저도 한 편은 MBC 단막극. '비밀의 숲' 이전 최근작은 2014년 방송된 SBS '신의 선물-14일'이다. 조승우의 네 번째 드라마, 3년 만의 브라운관 컴백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비밀의 숲'을 향한 기대감은 상승했다.
극본의 한계 극복
영화가 '감독 놀음'이라면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다.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떠안는 일이다. '비밀의 숲'은 신인 이수연 작가의 작품. 게다가 요즘 흔하다는 검사 드라마다. 조승우는 이러한 허점들을 결점 없는 연기로 채우고 있다. 특유의 흡인력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 전개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어릴 적 겪었던 뇌 수술 후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는 연기력을 보여 주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법이 없고 무표정 안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조승우는 "감정이 없다고 해서 생각과 표정까지 없지는 않다"며 섬세한 변화를 연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역시는 역시다. 1회부터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안 PD는 "연기에 대한 해석과 몰입도가 훌륭해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황시목이란 인물을 과연 누가 연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감정이 없는 인물을 내공이 깊은 연기자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캐스팅했고, 그 배우가 조승우라 행복했다"고 전했다.
자기복제 극복
벌써 경력 18년 차의 배우다. 출연 영화만 17편, 드라마는 4편이다. 자칫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연기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비밀의 숲'을 통해 조승우는 언제나 다른 얼굴일 수 있는, 타고난 배우임을 입증했다. 같은 검사 역할이지만 전작인 영화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와는 다르다. '말아톤'의 초원, '타짜'의 고니를 떠올린다면 조승우가 가진 전혀 다른 얼굴들에 놀랄 수밖에 없다.
'비밀의 숲'은 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도전이었다. 조승우는 "이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연기자로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뮤지컬 무대 위에서 과잉된 감정을 많이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자신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그간 슬럼프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던 중 '비밀의 숲' 대본을 받았다. 황시목은 감정이 없는 캐릭터였다. 감정이 거의 없는 역할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비밀의 숲'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