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6월 셋째 주에 치른 첫 5경기에서 전패했다. 둘째 주까지는 5할 승률을 넘보며 중위권에서 경쟁했지만, 넷째 주를 앞둔 현재 8위 한화에도 쫓기고 있다.
예상된 결과다. 선발진이 무너졌다. 외인 투수 2명이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갔고, 베테랑 투수 송승준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대체선발 투수에겐 그저 선전을 바랄 뿐이다. 불펜진도 여전히 불안하다.
무엇보다 강점이던 타선이 침체됐다. 연패를 당한 5경기에서 팀 타율(0.238)과 팀 득점(18점) 모두 최하위였다. 롯데는 투수진 전력 변수를 공격력으로 만회하는 팀이다. 하지만 이 기간 4번 타자 이대호가 무게감을 주지 못했다. 5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11·2타점에 그쳤다. 강민호와 최준석은 각각 3홈런과 2홈런을 치며 분전했지만, 이대호가 부진해 공격력이 침체됐다. 연패의 주 원인으로 이대호가 꼽히는 이유다.
타격감 저하는 시즌 중 몇 번이나 찾아온다. 이대호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3할5푼대 타율을 시즌 내내 유지할 순 없다. 그는 해외 리그에서 뛰던 때에도 몇 차례 슬럼프를 이겨 내고 좋은 성적을 냈다. 부진이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시선은 드물다.
정작 이대호에게 당면한 최대 과제는 분위기 수습이다. 연패 기간 롯데의 경기력은 프로답지 못했다.
13일 KIA전 1차전에선 5-4로 앞선 7회초 정훈이 수비 실책을 하며 실점 빌미를 내줬다. 15일 3차전은 벤치 클리어링 이후에만 4점을 내주며 기 싸움에서 밀렸다. 1, 2차전 모두 구원투수가 리드를 지키지 못해 패하기도 했다.
16일 넥센전에선 벤치가 실수를 했다. 계획과 다른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롯데는 이대호를 지명타자, 최준석을 1루수로 각각 내보내기로 정했다. 경기 전 취재진에게도 알렸다. 하지만 최종 제출한 명단에는 이대호가 1루수로 기재돼 있었다. 1회말 수비에서 최준석이 1루수로 나서자 넥센 벤치에서 항의를 했다. 지명타자가 소멸됐고 이대호는 빠졌다. 투수가 4번 자리에 들어가야 했다. 1-2 석패로 이어졌다. 이튿날 경기에선 1-3으로 뒤진 무사 만루에서 김하성의 파울 타구를 3루수 김동한이 처리하지 못했다. 이 실책성 플레이는 만루홈런으로 돌아왔다. 2-8로 완패했다.
단순히 전력 저하로 당한 연패가 아니다. 자책과 원망이 뒤섞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사기 저하는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주장인 이대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 단합을 이끌어야 한다. 모든 리더는 위기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개인 성적보다 팀의 안위를 돌봐야 한다. 이대호는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주장으로 선임됐다.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이대호는 현재 등 부위에 담 증세가 있다.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 쪽 승부에 고전하고 있다. 이대호는 타격 기술과 유연성을 무기로 장타를 만들어 낸다. 타이밍이 느려지다 보니 장타 생산도 적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반등에 위안을 삼기보다 완벽하게 회복하는 게 먼저다. 벤치에서도 이대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많다. 시즌 초, 많은 젊은 선수들이 "이대호 선배의 독려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가 책임감이 강해 결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롯데에는 이대호 외에도 공격을 이끌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 이대호가 4번 타자 자리와 경기 출전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