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업계 1위 농심과 3위 삼양식품이 수익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가운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 오려는 2위 오뚜기와 4위 팔도는 가격 유지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업체별 엇갈린 가격 정책이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심·삼양 라면값 5.4% 올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달 1일부로 삼양라면·불닭볶음면·맛있는라면·나가사끼짬뽕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삼양식품의 가격 인상은 2012년 8월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삼양라면은 권장소비자가격이 760원에서 810원으로 6.5% 올랐다. 불닭볶음면·나가사끼짬뽕 등도 1000원에서 1050원으로 5% 상승했다.
다만 최근 출시한 불닭볶음탕면·김치찌개면·갓짬뽕·갓짜장 등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 수프 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12월 신라면·너구리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5.5% 인상한 바 있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농심 관계자는 "2011년 11월 이후 5년1개월 만의 인상으로, 비용 부담 압력(가격 인상 당시)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오뚜기·팔도, 가격 동결로 점유율 뺏기 나서
흥미로운 점은 농심·삼양과 달리 업계 2위 오뚜기와 4위 팔도는 올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2008년 가격 인상 이후 아직까지 일단 인상 계획은 없다"며 "올해 안에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8월 라면 가격 인상이 마지막인 팔도 관계자도 "가격 인상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이며,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뚜기는 농심의 점유율을 뺏어 오기 위해, 팔도는 삼양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기 위해 '가격 유지 정책'을 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는 농심의 점유율을 떨어뜨리려는 상황이고, 팔도는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삼양식품과 경쟁 중이다.
주목할 점은 오뚜기와 팔도의 이 같은 가격 유지 정책이 실제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0.5%에서 농심이 가격 인상을 한 작년에는 23.2%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다 지난 3월에는 25%를 넘기며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 특성상 제품 선택에 대한 소비자 성향이 보수적인 점을 감안할 때 오뚜기의 선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이 기간 농심 점유율은 2015년 57.6%에서 가격 인상을 한 작년 53.9%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51.6%로 5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라면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같은 품질이라면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가격을 올린 농심·삼양과 달리 오뚜기와 팔도는 올해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