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소속으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가 1인 시위에 나서며 심경을 고백했다.
이한솔씨는 19일 서울 상암동 CJ E&M 본사 앞에 1인 시위에 나섰다.
앞서 지난 18일 모친과 대책위원회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가진 직후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상황. 그는 'CJ E&M은 사망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한솔씨와의 일문일답.
-군인 신분으로 1인 시위 하지 쉽지 않았겠다. "누구나 가족을 억울하게 보내게 되면 다들 그랬을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줘 죄송하다."
-형의 죽음 이후 6개월은 어떤 시간이었나. "대책위원회가 유가족이 문제제기하는 대상은 CJ E&M 본부다. 책임져야할 대상을 CJ E&M 본부로 상정한 거다. 처음에 형이 떠나고 나서 tvN 간부들이 찾아와서 사과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 보니 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더라. CJ E&M 본사에서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고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요구들을 그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직접적 모욕을 했던 PD 몇 명에게 경찰 조사를 한다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 때부터 (CJ E&M은) 거의 아무 것도 안 했다. 합동 조사를 거부했고, CJ E&M 감사팀 자체적 조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형의 사수였던 사람들이 그 전에도 어머니에게 모욕적 말을 했는데, 잘못을 시인할 리 없다. 그런 사람들을 조사하고 나서 '아무 문제 없다. 형 개인의 문제다'라고 했다. 벽에 부딪혔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체 조사에 나서게 됐다. 이 과정은 하루이틀 걸리는 게 아니다. 두 달 정도 걸려 CJ E&M에 문제제기를 했는데, 그 때도 '이 업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말하지 말라'고 나와 제대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과 싸우는 행동으로 전향돼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이 또 두달정도 걸렸다.
-힘들었겠다. "감정을 억누르는 게 가장 힘들었다. 당장 분노하고 열받는데 그게 형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CJ E&M 사옥에 처음 온 것은 아니겠다. "감사팀과 법무팀 만나러 왔었다. (대화가) 결렬됐던 그 날도 왔었다."
-CJ E&M 사원들을 보니 어떤 마음이 드나. "본사를 상대로 한다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이유는, 권위적이고 군대조직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실제로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에서 우리를 도와주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1인 시위하기엔 부담 없다. 우리가 사원들을 상대로 시위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가. "그래도 운이 좋았다. 일반병동으로 옮기셨다."
-기자간담회 후 어머니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 "후련하다고 하시더라. 6개월 동안 본인들은 얼마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나. 나야 조사하면서 지지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한빛 PD는 원래 안 그랬다. 그 자들이 책임을 전가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쌓여간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런 과정을 못 보신 거다. 얼마나 응어리졌겠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후련하다고 하시더라."
-기자간담회 후 CJ E&M이 내놓은 입장 발표를 어떻게 생각하나. "CJ E&M이 언론에 입장을 줬지만 우리에겐 입장을 주지는 않았다. 6개월동안 무시당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다."
-간담회의 여파가 컸다. "공감을 받았다는 게 이 사람만 못 견뎌서 떠났다의 차원이 아니다. 다들 공감하는 것들이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1인 시위는 계속 되나. "28일 추모제를 할 때까지 계속된다. 해결될 때까지는 다양한 계획을 세워 노력해야겠다."
-고인은 어떤 형이었나. "난 편하게 사는 스타일이었다. 형은 사회 문제에 있어서 '이렇게 살면 이런 사람들의 아픔을 못 본다'는 식으로 다그치기 했다. 형은 예민해서 세상 문제를 못 넘기는데, 그걸 강하게 표출했다. 올곧다. 나도 그런 형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 사람이 PD가 된다고 해서 더 기뻤다.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혼술남녀'이기에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많은 시청자들에게도 실망을 끼쳐 드렸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이들에겐 공감을 사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기 때문에 그만둔 거란 프레임에 갇혀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누가 죽어야만 뭔가 바뀌는 게 안타깝다. 죽었음에도 바뀌지 않는 건 더 안타까운 거다. 형의 죽음이 주는 메시지가 더 구체화됐으면 좋겠다. 노동착취, 구조조정, 경직된 문화 등이 변할 수 있도록 구체화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