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20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6차전을 위해 중국 창사로 출국했다. 유럽파의 지동원과 구자철(이상 28·아우크스부르크)은 대표팀과 같은 날, 손흥민(25·토트넘)과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하루 늦은 20일 중국 현지 본진에 합류한다.
이처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해외파'가 중국에 총출동한다. 대표팀은 오는 23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6차전에 대비해 20일 오후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으로 담금질에 나선다.
이번 6차전은 역대 한국과 중국의 A매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축구 자체보다는 양국 사이에 얽힌 정치·사회적 이슈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에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혐한(嫌韓)'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지 온라인 웹 사이트에는 갈기갈기 찢은 태극기를 샌드백에 걸어 놓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한국계 대형 마트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예 한국의 단체 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세무조사 등으로 노골적인 보복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6차전을 자국민의 '반한 감정'을 더욱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친 응원으로 악명 높은 중국 축구 응원단인 '치우미(逑迷·공에 미친 사람)'도 '슈틸리케팀'에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우미는 2000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한중축구정기전에서 중국이 1-0으로 패하자 한국 응원단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다. 앞서 창사 허룽스타디움은 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이 중국에 2-0으로 승리했을 때, 당시 중국 관중이 물병을 던져 한국 공식 응원단 '붉은악마' 한 명이 부상을 당한 장소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국축구협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원정이 이란 원정 다음으로 부담되는 경기가 될 것 같다. 경기 외적인 분위기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준비한 것을 경기장 안에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보할 수 없는 양국 대표팀의 사정도 양국 대표팀의 혈투를 예상케 한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과 승점 1점 차에 불과해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덜미를 잡힐 수 있다. 당연히 이번 중국전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이번 한국전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오기'로 똘똘 뭉쳐 있다. 2무3패(승점 2점)로 A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중국은 한국에 패할 경우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희망 고문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69)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시점이라는 부분도 한국에 반갑지 않다.
물론 객관적 전력을 볼 때 중국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0위로 86위의 중국보다 훨씬 높다. '공한증'이란 단어답게 역대 A매치 상대 전적에서도 18승12무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일한 중국전 1패는 2010년 2월 10일 동아시안선수권대회(0-3 패)뿐이었다. 축구는 현장 분위나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종목이다. 2010 동아시안선수권대회의 '참사'가 이번 6차전이 열리는 '창사'에서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이란전에서 사회적 분위기와 종교 행사로 경기장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갔다. 이번 중국전에서 약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