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려 '아역배우'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뿐 여느 성인배우 못지 않은 마음가짐과 책임감, 연기력을 갖춘 배우 김향기(18)다.
지난 2006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화 '마음이'를 통해 데뷔한 김향기는 어느 덧 데뷔 12년 차를 자랑하는 어엿한 청소년 연기자가 됐다. 까마득한 어린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연기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는 김향기의 의지가 8할이다. "진로는 고민 중이지만 미래에도 연기는 하고 있을 것이다"는 확고한 답변에서 그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동갑내기 김새론과 함께 선택한 영화 '눈길(이나정 감독)'은 김향기에게 새삼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준 작품이다. 선택함에 있어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고 여러 번 강조한 김향기는 영향력 있는 배우로 의미있는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켰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위안부 할머니들은 직접 만나봤나.
"직접 뵙지는 못했다. 영상과 인터뷰를 통해 공부했다."
-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남달랐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영화로 다시 개봉한다는 것을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드라마랑 같은 작품 맞지? 영화로 나오는거야?'라고 먼저 물어봤다.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개봉까지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들도 기뻐했다. 좋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 친구들끼리는 오히려 칭찬에 인색하지 않나.
"맞다. 오글거린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잘 안 한다. 왠지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냥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한다고 해야 할까?(웃음) 드라마로 방영했을 때 학교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친구 부모님께서 드라마를 보셨다고 하더라.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 김새론과는 드라마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힘들 수 있는 작품을 새론이와 함께 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통하는 것도 많고 호흡도 잘 맞아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김새론이 말하길 본인 성격이 왈가닥이라 김향기가 자신을 받아주기 힘들었을 것이라 하던데.
"하하. 새론이가 그렇게 말했나? 힘들었다기 보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새론이의 장난을 다 받아주지는 못했다. 나 역시 그게 마음에 걸린다."
- 성격이 극과 극이라고.
"내가 낯가림이 좀 심해서 처음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말을 잘 못 거는 편이다. 내 스스로가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새론이는 타고난 성격이 밝아서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새론이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었다. 나에겐 너무 고마운 친구다."
- 극중 캐릭터 성격도 반대였겠다.
"맞다. 성격만 보면 내가 영애같고, 새론이가 종분이 같다. 그래서 새론이가 영애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것을 보면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캐릭터 성격이 나와 같을 수는 없지만 많이 다를 땐 결국 연기를 잘하는 수 밖에 없다. 또 혼자 잘하는 것 보다는 상대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새론이에게 고맙다." - 나이에 비해 조숙한 성격인 것 같다.
"나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을 땐 똑같다. 조숙하다기 보다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럽게 다가 가려고 하는 면은 있다. 그래서 그렇게 봐 주시는 것 아닐까 싶다."
- 선배들 보다는 친구와 연기할 때 더 편안함을 느끼나.
"부담감이 조금 덜 한 것은 있다. 촬영 하면서 나누는 대화나 오고 가는 말들이 잘 맞는 경우가 많으니까. 선배 배우들과 연기할 땐 초반에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떨리기도 하고.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다들 너무 잘해주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섭게 대하거나 나를 배려하지 않으셨던 분이 없다. 복 받았다."
- 현재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직은 엄마다. 여전히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항상 붙어있다. 친구같은 사이다. 스트레스를 풀 때도 늘 엄마가 옆에 있다. 짜증도 많이 내고.(웃음) 무엇보다 내 문제점과 부족한 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도 가족이다. 가족에게 받는 도움이 크다." - '눈길'을 통해 다시 한 번 '연기 참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은 어땠나.
"보통은 작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연기에 시선이 가고 '아쉬웠다'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그 생각이 안 났다. 너무 몰입해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답답함에 눈물만 펑펑 쏟았다. 특이한 경험이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잊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 어떤 의미로 남을까.
"촬영은 중학교 3학년 때 찍었다. 역사 의식에 대해 배운 것 만으로도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식도 바뀌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고민을 해야 했다. 내면적으로도 이전보다는 성숙해진 것 같다."
- 말을 굉장히 조리있게 잘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
"책 보다는 영화를 찾아 본다. 책은 최근들어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 주시더라. 아직 독서에 습관을 들이지는 못했다. 시간이 나면 조금씩 읽고 있다.(웃음) 요즘 취미는 제빵이다. 빵을 워낙 좋아해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과정도 결과도 신기하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엄청 넣어 만들고 있다." >>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