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사들이 올해 배당금을 일제히 올리면서 각 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게 됐다. 금융사들이 배당금을 늘린 것은 지난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가계 대출 덕분에 호실적을 달성해서다. 이에 가계 대출로 번 돈으로 자사 수장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우 회장 5812만원 '최고' 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금융·하나지주·우리은행 등 4개 주요 금융사는 모두 올해 배당금을 늘렸다.
배당금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을 하나금융지주로 지난해 1주당 500원에서 올해 800원으로 300원 올렸다.
이어 KB금융지주가 1250원으로 전년 980원보다 270원 늘렸고, 신한금융지주도 1450원으로 책정하면서 지난해 1200원보다 250원 올렸다. 우리은행도 올해 1주당 배당금을 400원에 결정하면서 중간배당 제외시 전년 250원보다 150원 늘렸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보유한 각 사 수장들의 배당금도 대폭 늘어났다.
4개 주요 금융사의 CEO 중 가장 많은 배당금액을 챙겨 가게 될 사람은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주식은 4만86주로 올해 챙겨 가게 될 배당금은 총 5812만4700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한 회장이 받은 4444만8000원보다 1367만6700원(30.8%) 많은 수치다.
한 회장은 지난해 4월 신한금융지주 주식 3046주를 추가로 사들여 주식 수가 3만7040주에서 4만86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한 회장은 급여 약 4억9000만원과 상여금·퇴직금 등에 6000만원에 육박하는 배당금까지 챙기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한 회장은 12억500만원의 보수를 챙기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김정태·이광구, 배당 증가율 가장 높아 올해 받을 배당금이 지난해에 비해 가장 많이 늘어난 CEO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올해 배당금을 전년에 비해 60% 증액해 각각 1주당 800원, 4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김 회장과 이 행장의 배당금도 60%씩 올랐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주식 5만1100주를 보유하고 있어 올해 4088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받은 2555만원보다 1533만원(60%) 늘어난 것이다.
이 행장도 배당금 증액에 따라 올해 850만원의 배당을 챙겨 가게 됐다. 이 행장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주식은 2만1251주로 지난해는 531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KB금융 주식 1만주를 보유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1250만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게 된다. 이는 지난해 980만원을 챙긴 것보다 270만원(27.6%) 늘어난 수치다.
가계 대출로 번 돈으로 '고배당 잔치' 지적 4대 금융사들이 배당금을 일제히 올릴 수 있던 것은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서도 호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7748억원으로 3년 연속 '순이익 2조원 클럽'을 유지했다.
KB금융지주도 지난해 순이익 2조1902억원을 기록해 전년 1조7273억원에 비해 26.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순이익 2조원 클럽'에 재진입했다.
하나금융지주도 1조34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9097억원보다 47.9% 늘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1조590억원보다 19.1% 증가한 1조2610억원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들의 호실적은 가계 대출 증가 덕분이었다. 이들 4대 금융사의 지난해 원화 대출금은 773조원으로 이 중 가계 대출은 413조원(53.4%)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가계 대출 388조원보다 6.4% 늘어난 수치다.
현재 가계 대출은 13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경기를 위협할 수 있는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CEO들이 혜택을 누리는 것에 시선이 좋을 수 없다.
이에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배당액 책정은 금융사 평균 수준에서 책정됐고 주주 친화 정책을 위해 높인 것"이라며 "국내 금융주의 배당 성향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라 투자 매력을 높이려면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