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패를 선언한 제주 유나이티드가 'J리그 강호' 감바 오사카와 '삼일절 프로축구 한일전'을 펼친다.
조성환(47) 감독이 이끄는 제주 유나이티드는 다음 달 1일 일본 오사카의 스이타스타디움에서 감바 오사카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치른다.
제주는 외나무다리에서 일본팀을 만났다. 지난 22일 열린 장쑤 쑤닝(중국)과 홈 1차전에서 0-1로 패한 제주는 2연패에 빠질 경우 조 2위까지 나서는 16강 토너먼트 진출이 어려워진다. 제주는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 1위 감바 오사카는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감바 오사카는 22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와 원정 1차전에서 3-0 완승을 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일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중원 사령관'의 맞대결이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패스 성공률 2위(시도 2000회 이상·25경기 이상 출전 기준)를 차지한 권순형(31·제주)과 J리그 베스트11 통산 12회 수상에 빛나는 엔도 야스히토(37·감바 오사카)다.
'제주의 심장'으로 불리는 권순형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날카로운 패스와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무장한 그는 지난해 5골 8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작성했다. 권순형이 볼을 배급한 제주는 2016시즌 정규 리그 38경기에서 무려 71골(팀 최다 득점 공동 1위·전북 현대)을 쏟아 내며 5년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안착했다.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스는 권순형에게 '패스 마스터'라는 명예를 안겨 줬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권순형은 패스 2526회를 시도해 2144회를 성공시켜 패스 성공률 84.9%를 기록했다. FC 서울의 미드필더 오스마르(29·85.2%)에 이어 2위이자 토종 선수 중 1위다.
'2개의 심장'은 권순형의 또 다른 별명이다. 그는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패스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고려대 시절부터 이렇게 불렸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팀이 치른 38경기 중 37경기에 출전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권순형은 유독 AFC 챔피언스리그와 인연이 없었다. 이번이 첫 참가다. 그가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득점이나 도움을 올리면 통산 첫 챔피언스리그 공격포인트로 기록된다.
반면 엔도는 한때 아시아를 주릅잡은 미드필더다. 자로 잰 듯한 패스와 환상적인 프리킥이 장기인 그는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 본 백전노장이다. 엔도는 현재 소속팀에서 2008년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 기록도 화려하다. '일본의 심장'으로 통하는 그는 14년간 일본 대표팀의 주축으로 뛰며 통산 A매치 152회 출전을 달성했다. 현대 축구에서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선수는 '레전드'로 칭한다. 엔도는 일본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인 셈이다.
한국 나이로 38세인 엔도의 신체 능력은 3~4년 전부터 하락세다. 하지만 노련미 덕분에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비교적 최근인 2015년 J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고, 2014년에는 J리그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엔도는 지난 22일 애들레이드전에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하는 프리킥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본 원정길에 오르는 권순형은 "최고의 미드필더라고 생각하는 엔도와 맞붙기에 설레면서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제주의 목표가 우승인 데다 삼일절에 일본팀과 대결을 펼치는 만큼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