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내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WBC 예선 1라운드를 치른다. A조에 속해 있는 한국은 네덜란드와 이스라엘·대만을 상대한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3년 열린 3회 WBC대회에서 상대한 경험이 있다. 대만은 WBC를 비롯해 아시안게임·올림픽 예선 등에서 수십 차례 만났다. 가장 최근의 만남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이다. 당시 한국은 6-3으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네덜란드·대만과 달리 이스라엘은 생소한 팀이다. 이스라엘은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랭킹에서 남자 야구 부문 42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 최약체인 파키스탄(23위), 홍콩(25위)보다 더 낮다. WBC 본선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1·2회 WBC에 불참한 이스라엘은 지난 3회 대회 때 스페인에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도전 두 번째 만에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WBC 브루클린 예선에서 1위에 올라 한국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난 대회 결과로 볼 때 이스라엘은 A조 최하위 후보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전력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김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스라엘에 메이저리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 3회 대회 때의 네덜란드와 비슷하다. 당시 한국은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겨우 수집했을 뿐이다. 분석이 부족했던 한국은 투타에서 밀리며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당했다.
실수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한국은 지난 9월 열린 WBC 브루클린 예선에 전력분석팀을 보냈다. 100% 전력은 아니었지만, 이스라엘의 주요 선수를 체크했다. 이스라엘 대표팀을 직접 보고 온 이종열(SBS Sports 해설위원) 대표팀 전력분석원은 "타선이 생각보다 약했지만,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며 "본선 무대는 메이저리거가 합류할 것으로 본다. 타선의 무게감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팀 구성 과정을 지켜보며 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도깨비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전과 결승전에서 제이슨 마키가 선발 등판했다. 가장 믿음을 주는 투수로 볼 수 있다. 강속구를 뿌리는 유형인데 3월 컨디션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마키는 뉴욕에서 출생한 미국인이지만 유대계 선수다.
부모 또는 조부모 국적으로 출장을 허락하고 있는 대회 특성상 WBC 본선 무대서는 유대인 출신 빅리거가 이스라엘 대표팀에 대거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면면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3회 대회 출장 경험이 있는 작 피더슨(LA 다저스)을 비롯해 라이언브론(밀워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가 대표적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시애틀로 이적한 대니 발렌시아는 일찌감치 WBC 출전 의사를 밝혔다. 이 윈원은 "빅리거가 많이 출장한다면 오히려 한국에 좋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이너리거들은 WBC 대회를 빅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대회에서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할 것이다. 반면 메이저리거는 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조직력에서도 '마이너리거 연합'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WBC를 앞두고 있는 이스라엘은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다. 미국에서 뛰는 야구선수 11명이 내년 1월 3일부터 10일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해 WBC 홍보에 힘쓸 계획이다. 발렌시아를 비롯해 올해 뉴욕 메츠에서 대타로 활약한 타이 켈리, 신시내티 레즈 우완 존 모스콧, 지난해까지 빅리그 무대를 누빈 샘 플루드, 2012년 32홈런을 기록한 아이크 데이비스, 빅리그 통산 1104경기 커리어를 지닌 게이브 케플러 등 전·현직 메이저리거가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피터 커츠 이스라엘 야구협회 회장은 "이번 전·현직 메이저리거의 방문은 이스라엘에 야구를 더 알릴 수 있는 최상의 기회"라며 "2017 WBC에서는 이스라엘 스포츠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팀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