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영화계를 마무리하는 자리. 이를 함께 지켜 본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는 트로피만큼 배우들의 센스도 값졌다.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37회 청룡영화제가 치러진 가운데, '곡성' 팀과 정우성 하정우가 보여준 모습들은 영화제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장면'으로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 때문일까. 올해 청룡영화상은 이상하리만치 정돈되지 못한 분위기 속 치러졌다. 참석한 배우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시상식을 즐겼고 특별한 사건 사고도 없었지만 한 번씩 찾아오는 이유모를 숙연함은 어색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멱살잡고 분위기를 살린 재치꾼들은 등장했다. MC 김혜수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곳곳의 빈틈을 채우며 시상식을 이끌었다. 여기에 명불허전 타고난 유머와 센스 DNA가 장착된 톱배우 정우성과 하정우가 등판할 때마다 빵터지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동반된 것. 먼저 이 날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정우성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손예진이 "사실 오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엄청 긴장하고 왔는데 인기상을 주시네요?"라고 말하자 자신 역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손예진의 발언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아어이다'를 딱딱 맞게 자리를 깔아 준 김혜수가 있었다. 김혜수는 손예진의 의도와 달리 장내가 정적에 휩싸이자 "그래서 많이 편해졌죠?"라며 정우성에게 마이크를 넘겨 "정우성 씨도 남우주연상 후보인데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본 것.
이를 정우성은 재치있게 받아쳤고, 눈을 굴리는 표정과 재치를 부리고 있는 자신이 웃긴 듯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 웃음까지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며 분위기를 다시 훈훈하게 달궜다.
하정우는 시상자로 나선 박보영이 "매력적인 무쌍꺼풀 배우 중 떠오르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자신을 지목하자 깜짝 놀란 듯 무대와 카메라를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짙은 쌍꺼풀을 여러 번 자랑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하정우 양 옆에 앉아 그야말로 빵 터진 배두나 김태리 역시 시선을 강탈하기 충분했다. '곡성' 팀은 올해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신드롬 반열을 일으킨 만큼 화기애애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나홍진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자 무대 아래에서 곽도원은 아빠 미소를 지어 보였고, 천우희 김환희는 개인 휴대폰을 들고 나홍진 감독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흡사 나홍진 감독의 팬클럽 회원들의 모습처럼 보였고, 카메라가 자신들을 찍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 챈 천우희 김환희는 당황하면서도 휴대폰은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나홍진 감독을 찍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올해 청룡영화상은 18개 부문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으며, '내부자들'이 최우수 작품상, '내부자들' 이병헌과 '아가씨' 김민희가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곡성'은 기술상까지 5관왕을 차지하며 최다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