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김응용(75) 전 해태·삼성·한화 감독이 '교장 선생님'으로 새출발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벗어난 그는 편안한 '야구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스포츠 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야구학교가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투아이센터 1층 실내교육장에서 문을 열었다. 김 전 감독은 이 학교에서 총감독을 맡았다. 임호균·최주현 감독과 마해영·박명환 코치, 이학주 플레잉코치가 김 총감독을 보좌할 코치진이다.
김 총감독의 명성을 입증하듯 오픈 행사에는 수많은 야구계 원로들과 레전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정대철 전 KBO 총재, 이용일 전 KBO 총재 권한대행, 김인식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 양해영 KBO 사무총장, 정진구 대한야구협회 관리위원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김영덕·박영길·백인천·성기영·이광환·강병철·윤동균·김용희·선동열·김시진·한대화 등 전직 프로야구 감독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 외에도 인천 서화초등학교 야구팀, 서초구 리틀야구팀, 용인 대현초 티볼팀을 비롯한 어린이 야구팀과 사회인 남자 야구팀 사야이, 여자 야구팀 블랙펄스도 참석해 행사장을 빛냈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 총감독은 3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취재진을 만났다. 2년 만에 다시 입은 유니폼을 그대로 착용한 채였다. 그는 "리틀야구를 보면 배울 게 많다"며 시종일관 편안하게 웃었다.
- 야구학교 총 감독을 맡았다.
"그렇게 됐다. 가끔씩 시간이 나면 리틀야구를 보러 가곤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가서 야구 좀 배우려고.(웃음)"
-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 감독이 리틀야구 선수들을 가르치기엔 눈높이가 괜찮을까.
"아니다. 리틀야구 선수들도 참 잘한다. (지도자들이) 리틀야구 선수를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신기하다. 저런 아이가 선수가 될까 싶은데 '1년 후에 보세요'라고 한다. 한 1년 씨름하고 나면 하루하루 달라지더라. 리틀야구 감독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 성장이 빠르다면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다.
"만날 프로야구 선수들만 보다가 어린아이들이 야구하는 거 보면 기특하더라. 하루가 금방 간다."
- 유니폼을 오랜만에 입었다.
"다들 어울린다고 하던데.(웃음)"
- 지금 야구학교는 체계를 잡아나가는 단계인 것 같다.
"나보다는 코치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게 아니니까. 내 역할은 코치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한 게 없고 이상일 전 KBO 사무총장이 다 꾸렸다."
- 야구학교는 야구가 크게 발전하는 시작점이 될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얼마나 성장할 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한다. 사실 어린 야구선수들이 점점 줄더라. 처음에 10명이 시작을 해도 졸업할 때 보면 5명 정도로 줄어 있다."
- 제2의 류현진 같은 선수들이 안 나와서 프로야구가 위기인데.
"언젠가 또 나오지 않을까. 좋은 선수가 나오면 위기는 다시 사라지겠지."
- 야구학교 규모가 대단하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도 도입했다.
"여기에 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웃음) 나는 사실 총감독이라 2선에 있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와서 직접 보고 느끼면 된다.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도 여기 와서 할 수 있다. 재활 센터도 있으니까."
- 무보수로 재능기부를 한다고 들었다. 야구계 큰 어른이 좋은 일에 나선다는 게 의미 있는데.
"프로야구에서 30년 이상 감독 생활을 했는데, 어린이들한테 봉사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또 이 전 총장이 열심히 나서서 해 보겠다는데 내가 안 도와줄 수 없었다.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다."
- 그래도 '김응용'이라는 이름 덕분에 대단한 야구계의 인물들이 다 모였다.
"사실 아무 데도 연락을 안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종범이나 (양)준혁이나 다 부를 그랬다.(웃음) 야구 원로들 모시고 식사나 하자고 해서 왔는데, 이렇게 다들 와서 큰 행사를 하더라. 누구한테도 연락 안 했는데 (이참에) 전화 한번 쫙 돌려서 더 부를 걸 그랬다."
- 후배들을 나중에 객원 인스트럭터로 불러도 되겠다.
"말로는 다들 와서 하겠다고 하더라. 나도 솔직히 총감독이라 직접 하지 않고 뒤에 물러나 있다. 난 자유인이다.(웃음)"
- 어린 선수들이 야구학교에서 꼭 배워가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기본기다. 기본기를 잘 가르쳐야 한다. 한국 야구는 기본기가 안 돼 있다고들 하지 않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가르치는 사람들이 어릴 때 기본기를 안 배웠다. 나만 해도 감독님이랑 같이 주말에 경기하면서 배우는 게 다였으니까 기회가 없었다. 우리 코치들이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 이제 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잘됐으면 좋겠다. 아휴, 나이 여든 다 돼서 유니폼 입으려니까 쑥스러워서 혼났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