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이계벽 감독)가 전통적인 비수기 시즌이라 일컬어지는 10월을 집어 삼키며 '럭키 천하'를 일궈낸 가운데,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11월 개봉 예정작들이 속속 홍보에 돌입하면서 조금씩 시선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10월 보다 더 관객몰이가 힘들다는 11월, 한국 영화만 무려 10편이 넘게 개봉을 준비하면서 각 배급사를 비롯한 제작사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다시 시작됐고 26일과 27일 이틀간 개봉 변경과 지연, 연기, 무산 등 공식입장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일정이 뒤죽박죽 엉키면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사태에 놓였다.
시작은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 '가려진 시간'의 개봉일 변경으로 '스플릿'·'어느날'·'사랑하기 때문에'까지 줄줄이 소세지처럼 엮여 개봉일을 변경하거나 지연했다. 어떤 영화가 언제 또 마음을 바꿀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지금까지 '일단' 확정된 영화들의 개봉 일정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가려진시간'·'스플릿' 개봉일 변경
강동원 신은수의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과 도박 볼링의 세계를 다룬 유지태 이정현의 '스플릿'(최국희 감독)은 결과적으로 당초 예정했던 개봉일을 서로 맞바꾸게 됐다.
11월 10일 개봉을 고지했던 '가려진 시간'이 수능 하루 전 날인 16일로 개봉일을 최종 확정 지으면서 16일로 개봉 날짜를 잡았던 '스플릿'은 한 주 앞당긴 10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스플릿'은 완성된 영화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언론배급시사회 역시 11월 4일에서 10월 31일 오전으로 옮겼다.
▶'어느날'·'사랑하기때문에' 무기한 연기
김남길 천우희 주연 영화 '어느날'(이윤기 감독) 측은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보고회 취소 소식을 전하며 "2일 진행 예정이었던 '어느날' 제작보고회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 양해 부탁드리며 추후 일정은 차후게 안내 드리겠다"고 밝혔다.
'어느날'은 공식화 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조정석 도경수 '형'(권수경 감독), 공효진 엄지원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와 함께 11월 30일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이에 대해 '어느날' 측은 일간스포츠에 "후반작업에 다소 문제가 생기면서 논의 끝에 11월 개봉은 어려운 것으로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에 많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좋은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에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의 '사랑하기 때문에'(주지홍 감독) 역시 11월 16일 개봉을 포기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느 날'과 달리 최근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총출동한 제작보고회까지 치렀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급사 NEW 측은 "16일 개봉은 사실상 무산됐다. 12월과 1월 개봉을 염두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개봉을 지연시킨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영화를 좋은 시기에 개봉하고 싶다는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어떤 영화를 피하고 싶다는 것 보다는 11월에 너무 많은 영화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만큼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시기를 잘못 잡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낮아지게 만들고, 그 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고민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정해졌던 개봉일을 무리하게 변경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를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개봉 지연에 따라 3일로 예정돼 있었던 언론배급시사회도 취소한다.
▶그래서 '11월에 볼 수 있는' 영화는? 11월 첫 주 부터 신작들은 쏟아진다. 한국 영화 뿐만 아니라 기대를 모으는 외화들도 상당해 역대급 흥행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총대를 짊어진 첫 타자는 3일에 개봉하는 김승우 이태란 주연 '두번째 스물'(박흥식 감독), 서준영 박규리의 '어떻게 헤어질까'(조성규 감독)다. 저예산 작품인 만큼 흥행으로 큰 이슈 몰이를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잔잔한 감동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10일에는 개봉일 변경에 따라 '스플릿', 그리고 김주혁 이유영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홍상수 감독)이 첫 선을 보이며 양조위 탕웨이의 '색, 계' 재개봉도 함께 이뤄진다.
수능 전 날인 16일에는 '가려진 시간'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에 해당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이 등판한다. 24일에는 8번째 국내 내한을 추진하는 톰 크루즈의 '잭 리처: 네버 고 백'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와 함께 30일에는 예정대로 '형', '미씽: 사라진 여자'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커플 호흡을 맞췄던 조정석과 공효진은 한 날 한 시 스크린에서 맞붙게 되면서 동지에서 적으로 관계가 급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