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의 거짓말까지 믿었다. 아니 믿는'척'하며 그 여인을 위해 사랑도 포기하고 다른 여인과의 국혼까지 감행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식 사랑표현이다.
10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박보검(이영)과 김유정(홍라온)이 끝내 헤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현재 김유정의 상황에서 만나면 가장 위험한 인물은 박보검이었고, 박보검은 그런 김유정의 뜻에 따라 김유정과의 연결고리나 다름 없었던 팔찌를 제 손으로 끊어냈다.
이 날 방송에서 김유정은 여러 번 위험에 처했다. 김유정이 역적 정해균(홍경래)의 여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천호진(김헌)은 김유정을 이용해 박보검을 곤경에 빠뜨리려 했다. 하지만 역시 한 발 빠른 박보검이었다. 모든 계획과 상황을 눈치 챈 박보검은 김유정을 피신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천호진은 끈질겼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백운회의 일원도 있었다. 김철기(장기백)는 김유정의 은신처를 찾아내 김유정을 납치하려 했지만 곽동연(김병연)에 의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박보검과 김유정은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당장 코 앞에 닥친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됐다.
특히 김유정을 찾아 온 장광(상선)은 밥도 잘 먹지 않고 잠도 잘 자지 못하고 국혼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박보검의 상태를 전하며 "엉킨 실타래를 풀다가 너무 꽁꽁 묶여있어 풀 수 없는 그런 매듭을 만나거든 그땐 미련 없이 잘라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김유정은 박보검과 완전히 이별하기로 마음 먹었고, 자신을 만나고자 비밀리에 접선 장소를 마련한 박보검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확고히 했다. 김유정은 은장도를 두 손에 꼭 쥐고 "저하의 곁에 있는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 제 아버지를 극악한 역도로 몰아 죽게 만든 게 누구냐"며 소리쳤다.
박보검은 김유정의 속마음을 결코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김유정이 내뱉는 그 '말' 한 마디를 믿었다. 박보검은 "네 거짓말. 네가 뭐라하든 다 믿어준다 하지 않았냐"며 칼을 쥐고 있는 김유정의 손을 붙잡고 함께 제 팔목에 있는 팔찌를 끊어냈다.
이것이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박보검식 사랑방식이자 표현이었다. 그간 박보검은 사랑이 최우선인 '직진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환호케 했다.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도 없었고, '내관' 김유정에게 반한 순간, 점점 사랑에 빠지던 과정, 그리고 결실을 맺은 후에도 시청자만 아는 상황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
시청자가 알면 곧 박보검도 알았고, 시청자 보다 먼저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땐 깜짝 반전을 선사하며 '구르미 그린 달빛'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역대급 남주'라는 말도 절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이에 박보검은 이별하는 순간까지 남달랐다.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팔찌를 끊어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랑하는 여자의 거짓말을 믿어주고, 영혼없는 표정으로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하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역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자들 편이었다. 완벽한 이별의 위기에 처한 순간 김유정의 아버지 정해균을 등판시키며 또 다른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을 한 순간도 늘어지게 만들지 않는 '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그린 달빛' 식 표현법도 가늠할 수 없는 박보검의 깊이있는 사랑 만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