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축구는 없었지만 위기는 있었다. 그래도 '제리' 손흥민(토트넘)은 자신을 향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를 잊지 않고 있었다. '톰' 김신욱(전북 현대)도 오랜만에 다시 찾은 대표팀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내며 자신을 발탁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던 카타르전에서 '톰과 제리'가 활약하며 진땀승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 카타르와 경기서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2승1무(승점7)가 된 한국은 A조 수위 다툼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악연으로 맺어진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데뷔전 패배라는 아픔을 안기며 5년 전 K리그가 당한 굴욕을 갚아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출사표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시리아전 무승부 때문에 부담가는 경기일 수 있다. 더이상 우리가 홈에서만큼은 승점을 잃어선 안 된다. 하지만 월드컵에 진출하려면 이런 부담감도 이길 줄 알아야 한다."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축구대표팀 감독="한국이 강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은 감독과 코치들이 있고 좋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좋은 커리어가 있고 많은 경험을 쌓은 감독이다. 물론 우리에게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한국에게도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자신 있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
◇전반=침대도 없었는데 도대체 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 초반 이른 선제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올수록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어야 시간에 쫓기지 않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바람대로 이른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11분 기성용의 오른발 중거리 슛이 카타르 수비진을 뚫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5분 뒤 홍정호가 하산 알 헤이도스에게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이것이 동점골로 연결돼 1-1이 됐다.
불시에 동점을 허용하자 슈틸리케호는 크게 흔들렸고, 반면 카타르 선수들은 동점골 이후 더 적극적으로 뛰며 한국 진영을 누볐다. 그리고 전반 45분, 간결하게 이어진 패스를 받은 소리아의 침투에 한국 수비진은 그야말로 농락당했고 결국 역전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김신욱이 불러온 '나비효과', 그리고 '톰과 제리' 결승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터졌지만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것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신욱이 투입되던 순간부터였다. 다급해진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을 빼고 김신욱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그리고 후반 10분,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준 패스를 지동원이 받아 동점골을 터뜨리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3분 뒤, 이번에는 전반 내내 조용했던 손흥민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재역전골을 뽑아냈다. 대표팀 절친인 '톰과 제리'가 경기의 분위기를 확실히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3-2 리드를 잡은 한국에 위기가 닥친 건 후반 22분이었다. 전반전 페널티킥을 내주며 경고를 받았던 홍정호가 수비 과정에서 다시 반칙을 범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를 안고 싸우게 된 한국은 후반 25분 구자철 대신 곽태휘를 투입하며 수비를 보강했다.
카타르는 무섭게 한국을 몰아붙였다. 수적으로 한국에 앞선 카타르는 일방적인 공격으로 한국 골문을 계속 두들겼고 심판의 아쉬운 판정까지 겹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더이상의 실점은 없었고, 한국은 카타르에 3-2 신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