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워피플 순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1위 송중기를 제외하고 2위부터 10위까지 배우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지현, 유아인, 최민식 등 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상당하다. 배우가 빠진 빈 자리는 제작자, PD, 작가 등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기획하는 제작진이 채웠다.
지난해 파워피플 1위를 차지한 나영석 PD를 비롯해 유재석, 김태호 PD,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존재감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는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 '시그널' 김은희 작가, '태양의 후예' 제작자이자 '부산행' 투자 배급사 NEW 김우택 대표가 새로운 얼굴로 등판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10위권 안에 작가만 두 명이 포진되면서 이전보다 강해진 '작가 파워'를 체감하게 만든다. 이미 성장한 톱스타 한 명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톱스타를 키워낼 줄 아는 제작진의 노고가 어느 해보다 빛을 발했다는 것. 이는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자 발견이다.
▶2위 김은숙(148점) 말이 필요없는 명불허전 최고의 스타 작가다. 과거 '파리의 연인' '온에어'를 시작으로 '시크릿가든' '신사의품격' '상속자들'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을 쳤다.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 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면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위치까지 오른 줄 알았지만 김은숙 작가에게는 '태양의 후예'라는 카드가 또 있었다. 시청률 30%라는 기록적인 수치와 '사전제작 드라마도 통한다'는 좋은 예는 모두 김은숙 작가의 성과다. 송중기와 함께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던 한류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은숙 작가를 "레전드"라 칭하며 그 능력을 인정했다. ▶3위 유재석(134점)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곧 브랜드다. '무한도전' 10년, '해피투게더3' 9년, '런닝맨' 7년을 이끈 리더로 여전히 1인자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방송계(3위) 뿐만 아니라 가요계(4위), 영화계(7위)에서도 유재석의 입지와 존재감은 대단하다. 지난 7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등 야심차게 선보였던 프로그램이 비슷한 시기 줄줄이 폐지되는 아픔을 맛 봤지만 유재석 본연의 능력은 건재하다. 최근 '무한도전'을 통해 연기, 아이돌 댄스까지 섭렵하면서 열정과 노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완벽이라 쓰고 유재석이라 읽는다"는 평판도 유재석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4위 나영석(121점) 1년이 지나도 굳건한 '나영석 파워'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재주도, 그리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재주도 뛰어나다. '꽃보다' 시리즈를 거쳐 올해는 '삼시세끼' 농촌편과 어촌편의 멤버를 바꾸는 초강수를 뒀고 또 성공으로 이끌었다. 비호감도 나영석 PD의 손만 타면 호감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안재현, 남주혁, 윤균상 등 이승기를 잇는 '젊은 피'의 발굴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딜라이트 장보경 대표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힐링이 무엇인지 간파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전했고, 리양필름 이한승 대표는 "평범함으로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5위 손석희(106점) 가장 신뢰를 얻고있는 이시대의 입이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이자 JTBC '뉴스룸'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방송계(11위)에 비해서 가요계(2위)와 영화계(4위)의 지지가 컸다. 지난 2013년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맡은 후 JTBC '뉴스룸'은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손석희 사장의 막대한 영향력을 실감케하는 지표다. 특히 목요일마다 선보인 '대중문화 초대석'은 스타와 손석희 앵커의 만남, 진솔한 대화로 매번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호호호비치 이채현 실장은 "배우들이 보고 싶어하는 진짜 스타다. 냉철함과 온화함을 오가는 적절한 온도 유지가 신뢰를 쌓는다"고 밝혔다.
▶6위 김태호(93점) 대한민국 예능의 중심 '무한도전'을 10년째 이끌고 있다. 김태호 PD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슈화 된지는 이미 오래됐다. 김태호 PD 그리고 '무한도전'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올해도 소소한 특집부터 '무한도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대형 특집에 게스트 특집까지 소화하면서 토요 예능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멤버 정형돈의 하차는 뼈 아프지만 양세형이라는 그간 '무한도전'에는 없었던 캐릭터를 반 고정으로 투입 시키면서 '무한도전'의 균형도 다시 맞췄다. 관계자들은 "주요 멤버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완성도 높은 콘텐트를 만들어 내는 프로듀서의 힘을 보여줬다", "예능을 넘어 한국인에게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7위 이수만(74점) 20년간 굳건한 가요계 1인자다. 올해 파워피플 10위권 안에 가요 제작자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가요시장을 활성화 시킨 것은 물론 '글로벌 K팝'의 시초를 마련했다. H.O.T., SES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에프엑스(f(X)), 엑소, 레드벨벳 그리고 기존 그룹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NCT 출범까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끊임없는 도전과 발전으로 가요계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매주 금요일 새로운 음원을 공개하는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을 론칭시키가 하면, 배용준이 이끄는 키이스트와 전약적 파트너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진취적 행보를 보였다. 20주년을 맞이해 아티스트 및 전직원과 하와이 워크숍을 떠난 사례도 지금까지는 없었다.
▶8위 김은희(62점) 로코 멜로계에 김은숙이 있다면 장르물엔 김은희가 있다. 김은숙과 나란히 파워피플 10권에 안착하며 '작가 파워'의 쌍벽을 이뤘다. 이젠 '장항준의 아내' 김은희보다 김은희 작가, 김은희의 남편 장항준이 더 어울린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를 연타석 홈런 시키면서 TV드라마에 추리 스릴러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올 초 스릴러 작품으로는 이례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한 '시그널'은 김은희 작가의 존재 가치를 한 단계 더 드높였다. 영화같은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김은희 작가는 이 작품으로 52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수상, '장르물의 대가'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무한도전' 무한상사 특집 시나리오를 맡아 재능기부를 펼치기도 했다.
▶9위 지드래곤(54점) 가수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그룹 빅뱅이 아닌 지드래곤 단독으로 뽑혔다. 빅뱅보다 순위가 높다. 지난해에는 빅뱅과 지드래곤의 점수를 합산했지만 올해는 지드래곤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쏟아지면서 과감하게 분류했다. 신진 스타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해도 업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아티스트, '탈 아시아' 스타는 단연 지드래곤이었다. 1988년생으로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의 리더다. 말 많고 탈 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빅뱅을 지켜냈고 뚜렷한 개성이 넘치는 아티스트로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빅뱅의 흥행과 이미지를 지드래곤이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10위 김우택(50점) 시청률 1위 '태양의 후예'와 박스오피스 1위 '부산행'를 제작, 배급한 NEW의 수장이다. 올해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빼놓고 말 할 수 없는 두 편의 작품이 모두 김우택 NEW 대표에 의해 탄생했다. 특히 사전제작 드라마의 사실상 첫 성공 사례를 알린 '태양의 후예'와 한국형 좀비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공포와 재미를 안겨 준 '부산행'은 기존의 방식과 선입견을 넘어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선택과 추진력이 남다르고 CEO로서 독보적인 사업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태양의 후예', '부산행'의 성공과 본격적인 중국진출로 글로벌컨텐츠 그룹으로써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