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송중기(31)다. 군 전역 후 출연한 KBS 2TV '태양의 후예' 한 편의 파급력은 종영한 지 6개월이 돼 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송중기라는 브랜드는 한국을 넘어 중화권 시장에 한류 열기를 재점화했다. 각종 경제연구소에서 추정한 송중기와 '태양의 후예'가 거둔 경제효과는 수조원이다.
일간스포츠가 창간 47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연예계를 움직인 파워피플을 조사했다. 방송·영화·가요 관계자 각각 50명씩 총 150명이 투표한 최대 규모 여론 조사. 설문자 한 사람당 각각 1위부터 5위까지 뽑았으며 5점부터 차감해 계산했다. 지난해부터 투표 방식은 달라졌다. 방송·영화·가요의 경계를 두지 않고 투표했고 그 결과 대중문화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사람들이 뽑혔다.30위까지 선정한 올해 설문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태양의 후예'의 선전. 송중기(1위)·김은숙 작가(2위)·NEW 김우택 대표(10위)·송혜교(26위)로 집계됐다. 두 번째는 흥행 감독·작가의 힘이다. 방송가에는 나영석(4위)·김태호(6위)·신원호(12위)·김원석(19위)이 영화계에는 나홍진(17위)·연상호(18위)·박찬욱(27위)가 랭크됐다. 김은숙(2위)·김은희(8위)·이우정(29위) 작가도 선전했다.
유독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연예계를 쥐고 흔든 파워피플 30인의 명단을 공개한다.
▶방송계, 단연 '태후'의 선전
'태양의 후예'의 파급력은 단순 숫자로 옮기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계약 판권이나 배우들의 몸값은 기본이고 음반·공연·도서 등 '태양의 후광'은 엄청났다. 이로 인해 올해 파워피플 30위권에는 무려 네 명이 '태양의 후예'와 연관이 있다. 군 입대로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순위권에 보이지도 않던 송중기는 단 번에 1위에 올랐다. 2위인 김은숙 작가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모든 설문조사자들의 입에서 한 번씩은 송중기가 나온 셈이다. 김은숙 작가도 2위다. 그동안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등 히트작 제조기로 통했기에 그의 2위 랭크가 놀랍지만은 않다.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NEW 김우택 대표도 10위. 그동안 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렸던 그가 '태양의 후예' 하나로 브랜드 파워를 높였다. 송중기와 '송송커플'로 활약한 송혜교도 26위. 여배우로는 유일하게 30위권에 랭크해 자존심을 지켰다.
'국민 MC' 유재석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진 3위지만 변치 않는 파워피플이다. 잡음이 많았던 '무한도전'을 묵묵히 이끌었고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JTBC '슈가맨' 등 다양한 프로그램서 신선한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해 19위였던 김구라는 4계단 상승해 15위로 뛰어올랐다. 개인사로 인해 심신이 마냥 좋진 않은 상태에서도 묵묵히 방송을 해나가며 자신의 길을 걸었다. 고정 프로그램이 무려 10개에 이를만큼 다작하고 있다. 올해는 MC가 아닌 게스토로 활약하겠다고 선언한 이경규도 20위. '눕방(눕는 방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등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고 있다.
▶가요계, 이수만 7위… YG 3명이나 랭크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보다 2계단 떨어졌지만 가요계서는 최고 높은 자리다. 연초부터 매회 음원을 발매하는 SM스테이션을 기획했고 엑소를 잇는 NCT라는 대형 신인을 탄생시켰다. SM 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서 올해도 그 활약은 대단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무려 3명이나 30위 안에 랭크됐다. 지드래곤은 빅뱅이 아닌 개인 브랜드로 9위에 올랐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속한 빅뱅은 14위. 지난 1년간 앨범 활동이 없었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해외 공연과 개인 활동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데뷔 10주년 영화 등 볼거리는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가요를 포함해 이번 설문조사의 가장 파격적인 순위는 16위에 오른 I.O.I(아이오아이)다.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대국민이 선발한 11명의 소녀들이다. 선발과정이 왜색풍이다는 등 잡음이 많았지만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완전체 11인과 유닛까지 활동 마다 음원 차트 및 가요 프로그램 1위는 기본이었다. 1년 계약 기간으로 인해 곧 있으면 활동이 끝난다. 여자친구(20위)와 트와이스(27위)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따윈 없었다. 지난해 나란히 데뷔한 이들은 현재까지 누적 음원 순위로 1·2위를 다투고 있다. 여자친구는 올해 발표한 두 곡으로 가요 프로그램 29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트와이스도 전국에 '샤샤샤' 열풍을 일으켰고 지난 4월 발매됐지만 지금까지도 20위권에 있다.
▶영화계, '부산행' '곡성'으로 정리
지난해 유아인(9위)·최민식(10위) 등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감독의 힘이 세다. 나홍진 감독(17위)은 '곡성'으로 새로운 한국형 미스터리물을 제시했다. '보고나면 찜찜하다'는 리뷰가 가득했던 영화지만 전국 관객 687만을 동원했다. 극중 김환희의 '뭣이 중헌디'는 올해의 유행어로 불린다. '한국에서 좀비물은 안 된다'는 속설을 과감히 깬 연상호 감독(18위). 기차에서 좀비와 싸운다는 단순한 내용의 '부산행'은 올 여름 1156만명이 봤다. 역대 영화 스코어 9위에 해당한다. 국내를 넘어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428만명을 동원한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은 27위에 올랐다. 원작을 재해석한 그의 능력과 김태리·김민희, 두 여배우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부산행'(1156만명)과 '밀정'(643만명, 상영 중)으로 2000만 배우에 한 발 다가선 공유는 11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순위권에도 없었지만 올해 흥행작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강력한 무기였다. '원 톱' 주연은 아니지만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며 더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사도' 이후 작품이 없는 유아인은 이름값만으로 2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베테랑' '사도' 등의 흥행으로 파워피플 9위를 기록, 올해는 작품없이도 선전했다. '밀정'에 출연 중인 송강호(23위)와 '곡성'에 나온 황정민(24위)은 자존심을 지켰다. 영화계에서는 여배우의 부재가 아쉬웠다. 굵직한 여배우들의 활약에도 워낙 '맨파워'가 드셌던 영화계의 장벽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