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다. 이번엔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조재현은 쉬지 않고 드라마·영화·연극 등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극·현대극 등 장르에 변화를 주고, 선한 캐릭터부터 악역까지 경계없이 캐릭터를 소화한다. 그런 그가 색다른 도전을 했다. 박혁권 주연의 '나홀로 휴가'에서 연출·각본을 맡았다. 직접 시나리오와 대본을 완성하고, 메가폰을 잡은 것. 오랜 시간 촬영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노하우를 '나홀로 휴가'에 녹여냈다. 조재현은 "내 스스로에 대한 갈증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이 빠지면 언제가 (열정도) 꺾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첫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1년 만에 '나홀로 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식 개봉 전 추가로 편집한 부분은 없던데. "물론 아쉬운 게 있지만, 더 이상 손 대지 않은 건 아쉬운 점이 있는게 내 첫 작품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완벽하게 감독으로 성공하겠다는 개념으로 도전한 작품이 아니었다. 연기가 아닌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표현을 하고 싶었다. 지적 사치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면 시나리오 자문도 받고, 좀 더 대중적으로 영화를 표현했을거다. 부담갖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 편집을 하거나, 추가촬영을 하는 등의) 욕심을 내지 않았다."
-40대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영화 소재로 한 이유는. "40-50대 남자의 외로움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은 사는 것 같지만, 집에 가면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그런 가장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30대였을 때 만난 40대 감독이 있는데, 책을 많이 읽는 분이었다. 그 분이 하루는 40대 남자가 작은 오피스텔을 월세로 얻어서 퇴근할 때마다 2시간 정도 오피스텔에서 쉬면서 손발을 씻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다가 집에 가는 책 내용을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이야기로만 들었는데도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고, 어쩌면 저런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홀로 휴가'에서 40대 가장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 집착하는 일상이 강재(박혁권)에겐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구상한 이야기인가. "머릿 속으로 생각한 건 엄청 오래됐다. 본격적으로 영화로 해야겠다고 한 건 4년 전 베니스에 갔을 때다. 그때 전규환 감독의 영화 '무게'로 갔었고, 김기덕 감독님은 '피에타'로 베니스에 갔다. 두 사람은 감독으로 베니스를 갔고, 나는 배우로 갔는데 그때 이 소재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전규환 감독은 '너무 좋다'고 하는데 김기덕 감독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이야기다. 15분이면 이야기가 끝난다'고 얘기하더라.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데 김기덕 감독의 조언이 맞더라. 아무리 내용을 길게 쓰고 싶어도 많이 못 쓰겠더라. 하지만 단편으로 만들기 싫어서, 주인공 주변 친구 캐릭터를 만들었다. 각자 사연을 가진 친구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결혼을 계약제로 하는 게 어떻냐는 대사도 나온다.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40~50대 남자들끼리 술을 마실 때 결혼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와이프에 대해 얘기할 때도 가족이라고 칭할 뿐, 와이프를 사랑한다느니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잘 없지 않나. 그런 걸 듣고 볼 때마다 왜 결혼 생활을 유지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계약제로 한다면, 더 와이프와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노력하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결혼을 계약제로 하면 결손 가정이 많아지고,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는 분도 있던데 만약 결혼 계약제가 보편화 되면 아이들이 '너희 부모님은 이번에 재계약했어?'라며 일상처럼 대화를 하고 모두가 그런 제도에서 생활하니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 결혼하면 10년을 살고, 이후 5년 마다 재계약을 하는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