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등장하자 수원전산여고 체육관은 술렁였다. "이뻐요", "멋있어요"라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연경은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알아"라고 말했다. 무심한 대답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더욱 쏟아졌다. 김연경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연경이 28일 모교 수원전산여고를 찾아 '배구 꿈나무 유소년 이벤트'를 열었다. 올림픽을 마친 뒤 방송 출연과 개인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미래의 김연경'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연경을 만나 올림픽 뒷이야기와 달라진 인기에 대해 물었다.
2부에 이어
◇감독·아내 김연경 그리고 도쿄올림픽
- 터키리그 페네르바체 잔류를 선언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역으로 뛸 수 있을 때 좋은 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까지 최고 리그에서 뛸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힘들다. 일본과 중국, 국내리그까지 집 가까운 곳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 뛰지 않으면 미련이 남을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은 페네르바체가 뒷받침을 해주기로 했다. 터키에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 후배들의 해외 무대 진출을 당부했는데.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 같이 뛰는 젊은 선수를 보면 실력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V리그 선수들은 서로를 다 알고 경기를 한다. 성장이 느릴 수 밖에 없다. 김희진과 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이재영(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 등 해외 무대에 통할 선수는 많다. 결국 시기가 중요한 것 같다. 젊었을 때 나가면 좋은데,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어렵다. FA(프리에이전트)가 되면 해외 구단과 금액적인 부분이 맞지 않게 된다. 양효진이 가장 아까웠다. 직접 이야기도 나눴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조금 느끼더라.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 신입생의 신분으로 다시 해야 하니까. 한국에서는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 배구 발전을 위해 유소년 컵대회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다. 예산 준비를 마치고, 대회를 열고 싶었는데 올해는 시간이 부족해서 어려웠다. 내년부터 꼭 대회를 열어서 유소년 배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김연경컵' 대회라고 이름도 지었다. 후원사 위원라이프(WeWon Life)에서 대회 준비에 큰 도움을 주고 계신다. 혼자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는데.
"의지는 있는데. 몸이 따라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여건이 제대로 갖춰줬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여건이라면 쉽지 않다. 4년 뒤가 뻔히 보인다. 여건을 갖추고, 제대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여러 나라들의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선수 기량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현재 따라갈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 국내 복귀 생각은 있는지.
"물론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후배 선수들과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할 것 같다."
-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해본 적 있나.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를 하고 싶다. 프로 감독이 되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와 해외 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다."
- 내년이면 서른인데. 결혼 계획은 어떻게 되나.
"결혼은 하고 싶다. 그런데 흐지부지하게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다. 미혼의 언니들이 우스갯 소리로 '다 같이 실버타운에 들어가자'고 농담을 하더라. 그건 안 된다."
- 아내 김연경의 강점을 꼽아보자면.
"일단 능력이 좋으니까(웃음). 타지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살림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평소 남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내 사람이다' 싶으면 잘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