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약물로 얼룩졌다. 알렉스 로드리게스(41·뉴욕 양키스)가 걸어온 영욕의 역사다.
로드리게스는 8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13일 탬파베이와의 홈 경기가 현역 마지막 무대다. 이 경기를 끝으로 웨이버 공시돼 유니폼을 벗는다.
로드리게스는 출발부터 슈퍼 스타의 운명을 타고난 선수였다. 199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시애틀의 지명을 받았고, 이듬해인 1994년 18세의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스무살이던 1996년에는 타율 0.358, 홈런 36개, 123타점을 기록해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로 선정됐다.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1998년에는 역대 최연소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최초로 50홈런을 친 유격수도 로드리게스였다.
로드리게스는 시애틀(1994년~2000년)과 텍사스(2001~2003년)를 거치면서 점점 더 위로 날아 올랐다. 2003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MVP에 오른 뒤, 2004년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양키스로 이적했다. 그 후 2005년과 2007년에 두 차례 더 리그 MVP를 수상했다.
실력도, 인기도 최고였다. 총 14차례나 올스타로 뽑혔다. 그 안에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 연속 출전이 포함돼 있다. 홈런 타이틀도 다섯 번(2001·2002·2003·2005·2007년)이나 가져갔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3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행진을 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이 화려했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은 건 2009년이었다. 처음으로 로드리게스가 스테로이드성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텍사스 시절 벌어진 일이다. 양키스 이적 후에는 약물에 손댄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2013년 시즌 도중 이 고백마저 거짓이라는 점이 들통났다. 로드리게스에게 약물을 공급한 의사가 양심 선언을 했다. 철퇴가 떨어졌다. 2013시즌 남은 경기는 물론, 2014시즌 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로드리게스의 야구 인생에서 총 211경기가 날아갔다.
기나긴 쉼표를 찍고 돌아온 로드리게스는 예전의 위력을 잃었다. 지난해 151경기에서 타율 0.250, 홈런 33개, 86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62경기에서 타율 0.204, 홈런 9개, 29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동시에 로드리게스의 성적표에도 얼룩이 남았다. 그는 배리 본즈가 남긴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기록을 넘어설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약물 파문 이후 그 기회를 잃었다. 설사 그 기록을 넘어섰다 해도, 순도를 인정받을 리 만무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은퇴 선언 하루 전인 7일까지 통산 278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5, 3114안타, 696홈런, 2084타점, 2021득점을 쌓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3명밖에 없는 700홈런 기록에 불과 4개 차로 근접했다. 그러나 이 이정표마저 결국 세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