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앞선 팀을 상대하기엔 LG 야수진의 플레이는 어수선했다. 힘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집중력은 다른 문제다.
LG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3-14로 패했다. 선발 류제국은 2회와 4회 2실점 씩 내주며 기선을 빼앗겼고, 타선은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 공략에 실패했다. 야수진의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도 이어졌다. 7회 8실점하며 무너졌다. 보이지 않던 1루 내야 좌석 색깔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날 선발 투수 류제국은 5실점을 했다. 하지만 자책점은 3실점이다. 경기 초반과 중반 이후 나온 2실점은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 또는 막을 수 있는 실점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1회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류제국은 2회 상대 외국인 타자 닉 에벤스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고 다소 흔들렸다. 그리고 4회 추가 실점을 내줬다. 1사 1루에서 다시 에반스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맞았다. 1루 주자 양의지가 홈을 밟았고 에반스는 2루를 향했다. 이때 LG 야수진의 아쉬운 중계 플레이가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중견수 김용의의 공을 잡은 유격수 오지환이 홈송구를 했지만 공이 포수 키를 넘겼다. 오지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공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수 박재욱의 포구도 아쉽다. 이 송구를 뛰어올라 잡으려했다. 박빙 상황, 그라운드 안에서 공의 궤적을 파악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이 높다는 인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에반스는 3루로 걸어들어갔고, 후속 타자의 적시타 때 손쉽게 홈을 밟았다.
LG가 6회 내준 다섯 번째 실점도 마찬가지. 류제국이 볼넷 2개와 실책으로 1·3루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박건우를 우측 뜬공으로 유도했다. 내야 가까운 곳에 떨어지는 타구였다. 궤적이 높아 우익수도 충분히 쇄도해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콜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였다. 공을 등지고 따라가기 시작한 2루수 정주현이 포구를 했다. 일단 정주현이 보이지 않은 실책이다. 근성은 좋았다. 포구까지 해냈다. 하지만 내야에서 외야쪽으로 비스듬이 뛰고 있어 공을 잡아도 3루 주자의 태그업을 막기 힘들었다. 실제로 정주현의 송구는 힘도 없고, 빗나가기도 했다. 5점 째를 내준 류제국은 이 상황에서 강판됐다.
한 점을 만회한 뒤 맞은 7회 초 수비에서도 송구와 포구가 이상했다. 윤지웅이 김재환에게 우전 2루타를 맞았고, 바뀐 투수 최동환은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4번 타자 오재일은 3루 방면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투수가 직접 공을 잡았다. 위치가 절묘해 접전이 예상됐다. 최동환의 송구가 다소 빗나가며 1루 주자가 살았다.
이때 LG 1루수 정성훈은 한 차례 포구를 했다가 놓쳤다. 공은 그의 어깨 부근을 맞고 파울 지역으로 흘렀다. 정성훈은 다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김재환이 홈을 밟았다. 민병헌은 3루로 향했다. LG는 이후 최동훈이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고, 다시 바뀐 투수 유원상이 안타 3개와 사구를 내주며 추가 4실점했다. 경기는 이 시점에서 기울었다.
남은 이닝, 두산 공격은 큰 의미가 없었다. LG는 전력이 앞선 팀을 상대로 집중력마저 발휘하지 못했다. 이길 수가 없었다. 문제는 남은 경기들이다. LG는 두산과 향후 10경기를 더 치러야한다. 이런 식으로 경기를 내주면 후유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