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다. 승패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별들의 '잔치'라고 불린다.
2016년 KBO 올스타전이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프로야구 최초의 돔구장 올스타전이다. 야구 팬, 선수, 그리고 양 팀 감독이 직접 선정한 올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올해는 또 어떤 이벤트와 해프닝이 그라운드를 수놓을까. 올스타전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장면들을 돌이켜 봤다.
◇올스타전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나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올스타전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가 먼저 열었다. 1933년 미국 시카고시 당국이 경제 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국 박람회를 개최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시카고 시장은 "이 시기에 맞춰 큰 스포츠 이벤트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시카고 트리뷴지와 상의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결국 그해 7월 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코미스키 파크에서 사상 첫 올스타전이 열렸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와 코미스키파크를 놓고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 시카고 트리뷴 체육부장 아치 워드는 "적자가 나면 내 봉급에서 제하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결과는 관중 4만7595명이 들어찬 폭풍 흥행. 뉴욕 양키스의 베이브 루스가 아메리칸리그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
이보다 더 훈훈한 '설'도 있다. 한 어린이가 시카고 트리뷴에 "최고 타자 베이브 루스와 최고 투수 칼 허벨(뉴욕 자이언츠)의 맞대결을 보고 싶다"는 글을 보내면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당시엔 월드시리즈 외에는 아메리칸리그 선수와 내셔널리그 선수의 맞대결을 볼 기회가 없었다. 양대 리그 스타 플레이어들이 서로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소망이 있던 때였다.
이후 일본과 한국 프로야구도 올스타전을 도입했다. 일본은 양대 리그 체제가 확립된 1951년부터 시작했고, 한국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올스타전이 열렸다. 실업야구 시절에도 올스타전이 있었다.
84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로 뽑힌 동군의 김용희 SK감독 (당시 롯데 소속)이 부상으로 받은 맵시나 승용차 위에서 모자를 들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미스터 올스타' 상품 변천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올스타전.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미스터 올스타'라 부른다. 김용희 SK 감독이 바로 프로야구 원년 '미스터 올스타' 출신이다. 원년부터 17년간 미스터 올스타의 부상은 승용차였다. 김용희 감독의 경우엔 1982년과 1984년에 두 차례 승용차를 받았다. 1982년에는 '맵시나', 1984년에는 '맵시'였다. 당시 승용차는 '부의 상징'으로 통할 정도로 큰 선물이었다. 당연히 '한 턱'을 내야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고깃집에서 동·서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모두 모여 회식을 했다. 그때 돈으로 100만원하고도 수십만 원이 더 나왔던 것 같다"며 "사실상 내 돈 주고 차를 산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1998년 삼성 SM5를 마지막으로 승용차는 부상 목록에서 사라졌다. 1999년과 2000년에는 '금'으로 바뀌었고, 2002년부터는 상금으로 대체됐다. 2005년부터는 1000만원에 대형 TV까지 얹어줬다. 그러나 2009년부터 다시 추억 속의 자동차 선물이 부활했다. KIA 자동차의 포르테, K5, 뉴소렌토 등이 미스터 올스타의 품에 안겼다.
역대 미스터 올스타는 롯데 출신이 가장 많다. 김용희 감독과 박정태(1998∼1999년), 정수근(2004년·2007년), 이대호(2005년·2008년)가 두 번씩 수상했고, 전준우가 2013년, 강민호가 2015년 MVP로 각각 뽑혔다. 투수 출신은 1985년 삼성 김시진, 1994년 태평양 정명원뿐이다.
◇올스타전 은퇴식의 영광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는 영광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전 구단 감독과 선수가 인정하는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여야 가능하다. 첫 번째 사례는 '홈런왕' 장종훈(한화)이었다. 2005년 6월 장종훈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자 KBO는 그해 올스타전에 특별 초청 선수로 초빙했다. 장종훈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공식 은퇴 무대를 마련했다.
이때 뜻하지 않은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군이 5-6으로 뒤진 9회 2사 1·2루. 타석에 선 조인성이 초구에 볼을 고르자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이 갑자기 선수 교체를 요청했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초청 선수 장종훈의 이름이 없었던 게 화근이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장종훈이 가까스로 대타로 투입됐다. 장종훈은 2루수 땅볼로 마지막 타석을 장식했고, 후배들의 뜨거운 헹가래를 받았다.
2014년 올스타전에선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박찬호는 2012시즌을 마지막으로 미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진 현역 선수 생활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후 고향팀 한화와 박찬호의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번번이 은퇴식이 무산됐다. 결국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와 상의해 올스타전을 추진했다. 시구는 박찬호, 시포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NC 감독이 맡았다.
지난해에는 '코끼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 사령탑 은퇴식을 치렀다. 후배 감독들이 뜻을 모아 성사시킨 자리였다. 김 감독이 시구를 하고, 애제자였던 선동열 전 KIA 감독이 그 공을 받았다. 김 감독은 이날 나눔 올스타 감독으로 1이닝 동안 명예 지휘봉을 잡았다. 카리스마로 무장했지만, 해학이 담긴 유머로도 잘 알려졌던 김 감독.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팀 최형우가 내야 안타로 세이프되자 심판 합의판정 요청을 해 큰 웃음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