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이가 '만신창이'가 됐다. 박태환(27)은 하루라도 빨리 지친 심신을 회복해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승산이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8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자격이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며 그를 국가대표 엔트리에 포함했다. 이로써 국가대표 발탁 자격 여부를 두고 지난 3개월여 동안 줄다리기를 벌여 온 박태환과 체육회의 소모적 공방은 끝났다.
◇박태환 멘틀과 컨디션 회복 '관건' 이제부터는 성적을 내기 위해 물살을 갈라야 한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의 쑨양(25), 일본 수영계의 '샛별' 하기노 고스케(22)와 아시아 수영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한다.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젊고 최근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특히 박태환이 메달을 노려볼 만한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는 쑨양의 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태환의 올해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지난 4월 말 동아수영대회에서 작성한 3분44초26이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쑨양(3분43초55)에 1초가량 뒤지는 성적이다.
현재 컨디션이 좋은 편도 아니다. 박태환은 그간 대표팀과 떨어져 혼자 훈련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2016 호주 그랑프리 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4위(1분50초10), 400m에서 3위(3분49초18)에 그쳤다. 종전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그의 스승인 노민상(60) 감독은 "(박태환의) 심리적인 부분이 걱정이다. 그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불안감을 털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빨리 심적인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동시에 메달을 바라는 국민의 큰 기대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서 100m·200m·400m·1500m까지 전 종목 출전을 신청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대회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 종목을 동시에 소화하기에는 체력적 손실이 크다. 실제로 박태환은 지난 4월 말 참가한 동아수영대회에서 4개 종목에 참가한 뒤 "1500m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다운됐다. 마라톤을 뛴 뒤 다시 단거리 경기에 나서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호주에서 개인 훈련 중인 그는 일단 200m와 400m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체육회·박태환·국민…깊은 상처와 앙금 지워야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는 국민의 자랑이다.
그러나 체육회와 박태환의 갈등과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서 국민은 자랑스러움 대신 깊은 슬픔을 느꼈다. '마린보이'의 마음인들 편할 리 없었다. 박태환은 그동안 자신과 관련한 언론 기사와 댓글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많이 떨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소속사인 박인미 팀GMP 팀장은 "수영은 섬세한 종목이다. 박태환 역시 예민한 선수"라고 전했다. 아버지 박인호씨는 "멀고 험한 길을 돌아서 왔다. 기쁘기보다는 착잡함이 앞선다"며 지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체육회도 다쳤다. 국내 법원과 CAS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바지까지 시간을 미뤄온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와 관련한 한 고위 관계자가 '박태환 측에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까지 나왔다.
체육회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 듯 "특정인에 대한 미움으로 인해 특정인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오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스포츠계가 다시 한 번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각종 혜택을 누린다. 체육회는 국민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있는 박태환에게 뼈아픈 말을 남겼다.
체육회와 박태환은 한때 둘 도 없는 친밀한 사이였던 만큼 큰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서로에게 준 상처는 치료하고 앙금은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국가대표인 박태환의 선전을 기원할 수 있고 그 결과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