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걸그룹 러브로 데뷔해 연예계에 발을 디딘 전혜빈은 자신만만한 20대 초반을 보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사돈'이라 불리던 그는 예쁜 외모에 춤까지 잘 추는 완벽한 아이돌로 비춰졌다.
그러나 배우 전혜빈은 다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역할 가리지 않고 도전했지만 그렇게나 기다리던 '대박'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데뷔 15년차에 만난 작품 tvN 월화극 '또 오해영'에서 타이틀롤이 아닌 동명이인 오해영을 연기했다.
극 초반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얄미운 여자였고 후반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동정받는 여자였다. 전혜빈은 겉과 속이 이토록 다른 캐릭터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작품의 성공과 함께 연기력도 입증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또 오해영' 종영 직후 만난 전혜빈은 여전히 인형처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분위기는 달랐다. 드라마의 성공으로도 들뜨지 않고 차분했다. "데뷔한 후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전혜빈은 여전히 예쁜 오해영에 푹 빠져 있었다.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우울했던 시간도 꽤 오랫동안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곧 억울한 '금해영'을 위한 변명의 시간이었다. -과거 180도 인사하던 에릭을 다시 보니 어떤가. "에릭 오빠는 나이를 생각하면 보면 깜짝 놀란다. 내가 중학교 때 봤던 신화의 에릭 그대로 드라마에 나온다. 가수 선배로 보다 배우 선배님으로 마주하니까 사람이 보이더라. 배려심 깊고 사려도 깊고 책임감도 강하다. 피곤한데도 스태프들을 다 챙긴다. 극 중 역할처럼 평소에도 츤데레다. 쓱 와서 툭툭 등 두들겨 주고 가곤 한다."
-에릭과 서현진의 키스신 촬영 현장을 셀카로 남겨 SNS에 올린 것 봤다. "키스신을 찍었던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곳이다. 거길 비집고 들어가 바로 앞에 앉아 두 사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물론 장난이고 애정으로. 다들 장난기가 많아 현장 분위기가 밝았다. 두 배우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쪽쪽쪽하더라."
-예지원은 어떤 사람인가. "언니는 쉬는 날에도 바쁘다. 프랑스어도 배우고 댄스 레슨도 받는다. 함께 있으면 열정과 에너지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후배로서 볼 땐 '저렇게 하는 사람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 같아 감탄한다. 언니와의 인연을 쭉 이어갔으면 좋겠다."
-출연진은 이 정도의 신드롬을 예상하고 있었나."설마 시청률 10%가 나올까 싶어서 시청률 공약으로 에릭 오빠 일일 이용권 이런 걸 내걸었다. 그런데 정말 10%가 나온 거다. 말이 씨가 됐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였는데 현실화되니까 신기했다. 다들 이 정도까지 큰 사랑을 받고 이슈가 될지 몰랐다. 일주일 내내 포털사이트에 '또 오해영' 기사가 걸려있더라. 데뷔한 후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처음이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이 개봉했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아서 영화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저예산 영화라 개봉 시기도 불안정했었는데."
-영화에서도 아픈 사랑을 하나. "맞다. 왜 자꾸 아픈 역할을 주시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역할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도전하고 싶다. 주어진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찾아보려 한다."
-올해 서른 중반이다. 결혼 계획이 혹시 있나. "결혼 계획을 세우기엔 이미 늦지 않았을까? 나이를 공개하기 부끄러운 때가 됐다. 과거엔 이맘때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 먼 것 같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상대가 나타났을 때는 다르겠지만,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면 공개 연애를 할 의향은? "연예계에서 쭉 지켜봐 온 결과, 공개 연애는 득이 안 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 공개 연애를 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오히려 더 불편하다더라. 차라리 숨어서 지낼 때가 편했다면서. 굳이 일부러 꽁꽁 싸매진 않을 것이지만 굳이 공개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