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전을 앞둔 7일 마산구장. 김경문(58) NC 감독이 갑자기 누군가를 향해 인자하게 손짓했다. 김 감독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NC의 훈련을 돕는 마산동중학교 야구부 1학년 선수들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 포수 미트를 끼고 있던 학생 한 명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눈빛이 야무졌다. 프로 감독 바로 옆에 서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감독은 중학생 선수가 끼고 있던 미트를 받아 들었다.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이 미트는 얼마 짜리냐"고 물었다. "60만원"이라는 대답을 듣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진지하게 미트 여기저기를 보여주며 조언을 시작했다. "여기 이 부분은 이렇게 길들이면 안 돼. 감독님은 예전에 어떻게 했냐면, ……."
김 감독은 OB(두산의 전신)의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함께 한 명포수 출신이다. 지금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감독 중에 한 명으로 꼽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전승 우승을 이끌었고, 신생팀이던 NC를 리그 정상급 전력으로 끌어 올렸다. 그런 김 감독에게 직접 조언을 들을 기회를 잡았다. 포수의 꿈을 키우는 10대 선수에게는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날이다.
학생 선수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김 감독의 얘기를 경청했다. "포수 어때? 하기 힘들지?" "할 때는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나중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어." 김 감독의 격려가 이어질 때마다 얼굴에는 배시시 미소가 떠올랐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부러웠던 모양이다. 하나둘 씩 곁으로 모여들더니 더그아웃 벤치에 옹기종기 앉았다.
김 감독은 그들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넌 몇 살인데 그렇게 체격이 크냐?" "몇 살 때 야구를 시작했니?" 세심한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표현했다. 유독 체격이 작은 한 내야수 선수를 향해서는 "감독님도 어릴 때 딱 너만했다. 키가 안 커서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 쑥 컸다. 밥 많이 챙겨 먹으면 된다"고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건넸다.
김 감독 역시 모처럼 어린 선수들과 나눈 대화가 흐뭇했다. 마산동중 선수들이 사라진 후에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그때는 저 학생들처럼 좋은 장비를 쓸 생각도 못했다"며 잠시 옛 추억에 젖기도 했다.
프로야구 감독과 중학생 야구선수의 짧은 만남. 시간은 5분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적어도 김 감독과 만난 10대 선수들에게는 먼 훗날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자 기쁨이다.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인연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예전에 베어스기 전국 어린이 야구대회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띈다. 나중에 야구장에서 반갑게 만난 선수들도 있다"면서 "나 역시 어릴 때 유명한 선수들을 만나고 좋아했던 게 아직도 기억 난다. 나중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정말 기쁜 일일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어린이들을 야구장으로 이끄는 일은 1순위로 중요한 일 같다"며 "학생 선수들이 힘들어도 밝은 표정으로 야구하면서 잘 컸으면 좋겠다. 표정 좋은 선수가 야구도 잘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