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으로 충장중-제일고를 함께 다녔고,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서재응은 인하대 재학 중이던 1998년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최희섭은 고려대를 다니던 1999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박찬호와 함께 코리안 메이저리그 1세대를 대표했다. 서재응은 빅리그에서 6시즌 동안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최희섭은 통산 363경기에서 타율 0.240·40홈런·120타점을 남겼다.
최희섭이 2007년 한국으로 돌아오고, 이듬해 서재응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KIA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2009년 선발 투수와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KIA를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희섭은 2010년 후반기 허리 부상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서재응은 2014년까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마운드를 지켰다. 2012년 8~9월 4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달성하며 '컨트롤 아티스트'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KIA 구단은 성대한 은퇴식으로 떠나는 두 프랜차이즈 스타를 배웅했다.
서재응과 최희섭의 현역 시절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작으로 합동 은퇴식이 시작됐다. 전광판의 영상이 종료되자 둘은 외야 왼쪽에서 자동차를 타고 모습을 나타냈다. 선루프 밖으로 몸을 세워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라운드를 한바퀴 돈 뒤 차가 외야에 멈춰섰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내야를 가로질러 깔린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 최희섭이 마운드에, 서재응이 타석에 섰다. 최희섭이 던진 공을 서재응이 받아쳤다. 둘은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가족, 모교 광주일고 주장 류승범, 김상훈·김정수 코치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KIA 구단은 골든글러브와 유니폼 액자 등을 기념 선물로 준비했다. 은퇴식 하이라이트인 시구는 서재응의 아들 서태성 군과 최희섭의 아들 최현준 군이 나섰다.
서재응은 "아들이 며칠 전부터 시구 연습을 열심히 하더라. 운동은 하지 않지만 공을 제법 던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희섭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서태성 군과 최현준 군은 관중들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힘차게 공을 뿌렸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의 공을 받았다. '플레이볼'이 선언되자 그라운드에 타자는 최희섭, 투수는 서재응 뿐이었다. KIA 선수단은 떠나는 두 선배를 위해 같은 번호를 등에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야수는 최희섭의 번호 '23', 투수는 서재응의 번호 '26'을 달았다.
두 메이저리거 출신의 기운을 받았을가. KIA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승부는 8회 갈렸다. 나지완이 7-6으로 앞선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IA 마운드는 최고령 최영필을 시작으로 박준표-임기준-홍건희-심동섭-김광수까지 6명이 등판해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첫 5연승에 성공한 KIA는 5할 승률(17승17패)에 복귀했다. 광주=유병민 기자 사진제공=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