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파문 뒤 공식 대회로 복귀한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연일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그의 스승인 노민상 감독과 수영 관계자는 "18개월간의 긴 공백기를 딛고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그 내용을 뜯어봐야 한다. 이 정도라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태환은 26일 광주 남부대 국제 수영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31로 1위에 올랐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한국기록 1분44초80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세계랭킹 7위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전날 1500m에서 15분10초95로 대회 신기록을 작성한 그는 주종목인 200m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현재 컨디션이라면 27일 예정된 주종목 400m도 기대할 만하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금지약물 복용으로 국제 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간의 선수 자격 중지 처분을 받고 지난달 2일 수영계로 복귀했다. 현장에서는 '공백기가 너무 길고 실전 감각이 떨어져 과거와 같은 기량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예상을 뒤엎었다. 박태환은 25~26일까지 이틀 내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동아대회의 한 원로 심판은 "1년6개월의 공백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빼어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주종목 아닌 1500m에서 15분10초대를 기록하는데 이어 200m도 자신의 최고 기록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몸을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남은 기간 동안 얼마든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컨디션이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1500m에서 완벽에 가까운 페이스 조절로 '수영 천재'의 면모를 발휘했다. 550m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그는 1200m 지점부터 확연하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종 50m는 26초93에 통과했다. 200m 경기에서도 100~150m 구간에서 다소 지체가 있었으나 막판 스퍼트를 내는 힘은 여전했다.
노민상 감독은 "전날 1500m 경기 여파로 피로가 쌓인 상태라 200m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턴이나 스퍼트는 잘했다. 이 정도 기록도 박태환이니까 낼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남자 자유형 200m 세계랭킹 1위 기록은 지난 18일 영국선수권대회에서 제임스 가이(영국)가 세운 1분45초19다. 1500m는 세계 정상급 수영 선수인 호주의 맥 호튼과 견줄 만하다. 호튼은 지난 7일 남호주 아들레이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14분38초54로 결승점에 도달했다. 그런데 마지막 50m 구간에서는 박태환이 27초대로 호튼의 28초37보다 앞섰다.
박태환은 1500m 경기 내내 기복이 없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 스타트대를 내려온 뒤 마지막으로 터치 패드에 도달할 때까지 시종 일정한 영법과 스트로크(팔로 물을 긁는 동작)를 유지했다. 노 감독은 "경기 내내 영법에 흐트러짐이 없었고 정확했다. 스트로크를 철저하게 계산한 경기였다. 칭찬 말고는 다른 토를 달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