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상 효과를 목적으로 두 사람 이상의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법률 행위'로 정의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다. 계약을 하면 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서는 쌍방이 합의한 계약 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다.
그런데 구단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간스포츠는 10개 구단을 대상으로 선수에게 연봉계약서를 전달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LG·SK·NC·넥센·kt·KIA 등 6개 구단은 계약서를 전달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4개 구단, 삼성·한화·롯데·두산은 선수의 계약서를 구단이 가지고 있다.
구단과 선수는 시즌을 마친 뒤 다음해 계약을 체결한다. 연봉 계약을 마치면 구단은 KBO에 계약서류 3부를 보낸다. KBO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계약서에 KBO 총재의 직인을 찍어 승인한다. 승인이 끝난 계약서 중 한 부는 KBO가 보관하고, 나머지 2부는 구단으로 보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약서는 계약을 맺은 쌍방이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4개 구단은 선수 계약서까지 일괄 보관하고 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구단이 계약서를 회수해간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계약서 회수 관행이 선수 권익에 직결된다고 판단 아래 지난해 봄 실태조사를 했다. 2군은 더 심각했다.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국장은 "10개 구단 2군 순회 미팅에서 즉석 조사를 했다"며 "팀 당 평균 35명이 대상이었다. 계약서를 받았다고 답변한 선수는 팀 당 1명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선수협회는 1군을 대상으로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일간스포츠 조사 결과 10개 구단 중 4개 구단 주전 선수가 계약서를 받지 못함이 드러났다. 심지어 FA 선수에게도 계약서를 주지 못하는 구단도 있다.
김 국장은 "구단에 계약서를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권리 의식도 약하다. 8년째 계약서를 받지 못한 수도권 A구단의 B선수는 "계약서는 사인을 하고 나면 당연히 구단이 보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같은 생각이다. 구단에 내 계약서를 맡기겠다는 동의도 없었다. 계약서의 필요성 자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구단과 FA 계약을 한 D선수는 "FA 계약 이전에도 구단에게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 FA 계약서에 사인한 뒤 구단이 계약서를 가져가길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계약 사항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구단에게 계약서를 맡겼다"고 말했다.
장달영 변호사는 "구단이 선수를 동등한 상대가 아닌 부속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주지 않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수도 자각을 해야 한다. 계약 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약서가 없는 쪽은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사례가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는 건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방증이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구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