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 149km로 힘차게 던졌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구가 잇단 홈런으로 이어져 위축되고 말았다.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8)은 개막전에서 ‘서브 주인공’으로 고개를 떨궜다.
양현종은 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와 2016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지난해 15승을 올리며 규정 이닝(144이닝) 투수 가운데 유일한 2점 대 평균자책점(2.44)으로 위력을 떨쳤던 양현종이다.
그러나 이번 개막전에서는 6이닝 112구 6피안타(2피홈런) 7탈삼진 4볼넷 4실점에 그쳤다. 양현종은 4-4로 맞선 7회말 지크 스프루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패전은 면했으나 선발승-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요건이 날아갔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양현종은 1회말 상대한 네 타자를 상대로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공격적으로 던졌다. 2번 타자 김성욱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 최고 구속 149km를 기록했고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에 큰 몫을 차지한 체인지업도 움직임이 좋았다.
그러나 베테랑의 노림수는 넘지 못했다. NC ‘나테박이’ 쿼텟의 한 축이자 맏형인 이호준은 양현종의 공을 파울 커트하며 타이밍을 잡은 뒤 슬라이더(시속 127km)가 약간 높게 뜨자 그대로 당겨쳤다. 이는 빨랫줄 같은 궤적으로 왼쪽 담장을 넘었다. 이날 경기 선제 투런포인 동시에 2016시즌 KBO리그 개막을 알리는 1호포였다.
3회초 백용환의 솔로포 덕택에 부담을 덜 수 있던 양현종. 그러나 에릭 테임즈의 벽은 넘지 못했다. 테임즈는 2-1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양현종의 포심 패스트볼(시속 141km)이 한복판으로 몰리자 그대로 받아쳤다. 비거리 135m 짜리 대형 중월 투런. 올 시즌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히는 테임즈는 양현종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환호하며 첫 아치 기쁨을 누렸다.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그러나 시즌 개막 1호포 희생양이 됐다는 것은 투수에게 달갑지 않은 일. 개막전 주인공으로 우뚝 서려던 에이스 양현종은 이날 경기 ‘서브 주인공’이 되어 벤치에서 경기 종료를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