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적응 기간이 유독 짧은 걸까.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연착륙 중이다.
오승환은 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 불펜투수로 나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3일 대학팀(애틀랜틱대)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오승환은 데뷔 첫 메이저리그 팀과의 시범경기에서도 완벽투를 선보이며 마이크 매시니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모든 게 생각대로였다. 0-2로 뒤진 3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인 J.T 리얼뮤토를 2구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선발 마르코 곤잘레스의 난조(2⅔이닝 4피안타 2실점) 속에 리드를 내준 세인트루이스는 자칫 3회 승기를 뺏길 뻔 했지만 오승환의 역투 속에 승부를 박빙으로 끌고 갔다. 오승환은 4회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고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삼진은 없었지만 맞춤 피칭으로 타자를 꽁꽁 묶었다. 효율적이었다.
페이스가 가파르다. 김현수(28·볼티모어)와 박병호(30·미네소타)가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김현수와 박병호는 6일 열린 시범경기에서 각각 4타수 무안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특히 김현수는 1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시범경기 4경기 동안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프로야구(KBO) 타격왕 출신에 통산 타율이 0.318인 김현수에게 다소 생소한 성적표다. 그만큼 적응이 녹록하지 않다.
시범경기 첫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현수. 정시종 기자 공교롭게도 김현수와 박병호는 시범경기 개막에 앞서 빠른 공 적응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2월 말에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의 특성상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병호는 지난달 28일 열린 풀 스쿼드 스프링캠프 첫 날에 "오늘 처음으로 라이브배팅을 했다. (빠른 공에 적응하기가) 아무래도 어려웠다"고 했다.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스프링캠프 일정이 가장 늦었다. 볼티모어도 2월 25일로 빠른 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구단과 한 달 이상 차이가 나는 스프링캠프 일정 때문에 타자들이 컨디션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던 강정호(29)도 시범경기에선 타율 0.200(45타수 9안타)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투수는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투수와 야수가 모두 함께하는 풀 스쿼드 훈련에 앞서 투수와 포수를 먼저 불러 훈련을 시작한다. 오승환이 소속된 세인트루이스는 2월 19일에 투수와 포수가 훈련에 들어갔고, 풀스쿼드 훈련은 23일에 막이 올랐다. 투수는 포수를 제외한 타자들보다 먼저 시즌을 준비하기 때문에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스프링캠프 합류 전에 개인 훈련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
오승환은 "투수는 자기 컨디션에 맞출 수 있어서 (타자들과는) 약간 다르다"며 "타자는 빠른 볼에 적응을 해야 한다. (배팅)머신이 아니고 투수가 던지는 것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타자가 (투수보다는) 조금 더 어려울 거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승환의 말대로 김현수와 박병호의 '적응'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