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훈(21·LG)의 왼쪽 눈은 현재 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지난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주루 플레이 훈련 중 생긴 상처다. 컨디션 저하가 우려됐지만 그는 마치 훈장처럼 생각한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노력 속에 얻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팀 외야진을 책임질만한 재목을 발견했다. 고졸 신인 안익훈이 탁월한 수비 능력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1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며 보석을 발견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넓은 잠실 구장 외야에서 그는 가장 자유로운 야수 중 한 명이었다.
양상문 LG 감독도 5월 중순부터 꾸준히 그를 등용했다. 시즌 막판인 9월 말에는 선발로 내세우기도 했다. 주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2번, 9번에 배치돼 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수비력에서 증명된 운동 신경은 올 시즌 LG가 추구하는 '기동력 야구'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분명 존재감을 알렸다. '순수 신인'이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하다. 그러나 자신은 생각이 다르다. '반쪽 선수'라고 생각한다. 타격과 주루에서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안익훈은 "아무리 수비가 좋아도 공격에서 힘을 보태지 못하면 대수비 요원일 뿐이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투·타 밸런스를 감안하면 한 쪽에 치우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모두 애매한 수준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표본이 적어 객관적인 지표로 보기 어렵지만, 지난해 안익훈은 타율 0.339로 좋은 기록을 남겼다 . 경험이 쌓일 수록 감을 잡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안익훈은 "운으로 얻은 기록이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1차 스프링캠프까지 주루 능력 향상에 매진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력 향상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일단 컨택 능력 향상을 위해 간결한 스윙폼으로 교정을 했고. 유지현 작전 코치와 한혁수 주루 코치를 괴롭히며 누상에서의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아직은 경쟁보다 배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냉철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봤다. 안익훈은 "주전 후보로 언급됐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설령 기회를 얻어도 그 자리를 버텨내야 한다. 요령으로 주전이 돼도 실력이 없으면 다시 밀려나고 그저 유망주로만 남을 뿐이다. 아직 젊기 때문에 경쟁 부담보다 한 개라도 더 경험하고 익히려는 생각만한다"고 전했다.
잡념 없이 실력 향상에만 매진하고 있기에 그의 성장 가능성은 더 밝다. 여기에 장점인 수비력도 더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겉멋'이 들었다는 평가를 지우기 위해 '정석'에 가까운 수비 자세를 연마 중이다. 팀 선배 임훈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다. 누구나 '단점 보완', '장점 강화'를 노리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안익훈이 설정한 방향과 속도는 분명 주목된다. 안익훈은 "2차 캠프에서 다치지 않고 실력을 쌓는 것이 목표다"는 각오를 전했다. 천천히 LG 외야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