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일가는 고작 2.4%의 지분으로 롯데 왕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지분은 0.1% 밖에 안됐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1일 공개한 롯데그룹 지분 소유 현황에서 드러났다. 공정위는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일본 기업 논란'이 불거지자 조사에 착수해 이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롯데 지배구조의 민낯을 공개했다.
총수 일가 고작 2.4%로 롯데 지배 공정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 및 친족(이하 총수 일가)은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일본에 36개사, 스위스에 1개사 등 총 37개의 해외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해외계열사 가운데 광윤사·롯데홀딩스·L투자회사 등 16개 계열사는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물산 등 11개 국내계열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장악하고 있다. 특히 국내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99.3%)을 비롯해 부산롯데호텔(99.9%), 롯데물산(68.9%), 롯데알미늄(57.8%)은 해외계열사 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주요계열사들은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의 순환출자를 형성하면서 고리를 만들었다. 이는 국내 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인 94개의 71.3%에 달하는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도 최대 24단계였다. 국내에 롯데를 제외한 총수가 있는 40개 대기업 집단의 평균 지배구조는 4단계 수준인 것에 비하면 매우 복잡하다.
롯데 총수 일가는 적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일본 계열사를 통한 다단계 출자와 순환출자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하면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롯데의 국내계열사 86개의 전체 자본금 4조3708억원 중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주식가액은 9899억원으로 22.7%에 달했다. 대부분 롯데홀딩스가 직접 출자(3994억원)하거나 소유·지배하고 있는 12개의 L투자회사를 통해 간접 출자(5059억원)한 것이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롯데는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고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공정위 관할법의 지배를 받는다"며 "하지만 일본 계열사 출자를 통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롯데 허위 신고 드러나…공정위 제재 착수 공정위의 이번 조사에서 롯데가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 드러났다. 롯데는 국내 계열사 11곳의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롯데홀딩스·L투자회사 등을 총수 일가와 관련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를 총수 일가와 관련 있는 지분으로 봐야 하고 이럴 경우 총수 일가가 국내계열사에 갖고 있는 내부 지분율은 62.9%에서 85.6%로 22.7%포인트나 올라간다.
공정위는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허위 공시를 할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신격호 회장과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물산 등 허위신고한 11개 회사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관건은 허위 신고에 고의성이 있느냐이다. 공정위는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처벌 여부에서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허위 신고·공시에 고의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측은 "그동안 일본 롯데계열사에 대한 자료 제출이 미진했던 것은 한일 롯데 경영의 특수성 때문이고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롯데는 "지배구조는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 총괄회장이 일본 회사의 수익금을 국내에 투자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롯데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5월 상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