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꼬리표 뗀 김승기(44)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후반기에 '진짜 승부'를 걸었다.
인삼공사는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90-82로 이겼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뒤 3경기 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김 감독은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인삼공사의 코치였던 그는 올 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럽게 대행직을 맡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8월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전창진 감독이 사임하면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팀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악재도 계속됐다.
개막을 앞두고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센터 오세근(29·200cm)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2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가드 박찬희(29·190cm)와 포워드 이정현(29·191cm)은 대표팀에 차출돼 1라운드를 빠졌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6강 진출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인삼공사는 부진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4연패를 당하며 추락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오히려 더 강한 훈련을 실시해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을 다잡았다. 그러면서도 선수들과 1대1 미팅을 갖고 대화릍 통해 선수들을 이해하고 배려했다.
김 감독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친 인삼공사는 점차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스타들은 빠진 가운데서도 빠르고 강한 압박 농구를 펼쳤다.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인삼공사는 역대 프로농구 개막 홈 최다 연승 기록인 12연승을 세우며 '안방 불패'의 신화를 세웠다. 덕분에 지난 시즌 8위 인삼공사는 올 시즌 전반기를 4위(23승16패)로 마쳤다.
김 감독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그는 "시즌 초반 어려운 가운데서도 힘든 훈련을 견딘 선수들이 고맙다. 개인 면담을 통해 힘을 주고 싶었는데 통했다"면서 "올스타 휴식기 동안 제대로 힘을 비축하겠다. 그리고 후반기엔 제대로 한 번 붙어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피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