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처음으로 팀당 144경기 체제를 맞이하면서 구단마다 투수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의 중요도도 커진다.
지난해 급할 때마다 마운드에 오른 불펜의 '마당쇠'들이 팀마다 있었다. 선발이 무너져 롱릴리프가 필요하거나, 마무리 앞에서 위기 상황을 정리하거나 약방의 감초처럼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었다. 시즌 128경기 중 절반 넘게 나온 불펜 투수는 진해수(SK), 원종현(NC), 차우찬(삼성) 등을 비롯해 9명이나 됐다. 60경기를 넘긴 투수는 두 자리 숫자다. 이들이 올해도 이닝을 꾸역꾸역 소화해줘야 팀이 편안해질 것이다.
SK의 진해수는 지난해 가장 많은 75경기(49이닝)를 던졌다. 전유수는 불펜에서 가장 많은 84⅔이닝(67경기)을 던졌다. 둘 다 평균자책점은 5점대 이상이었으나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올라가 이닝을 책임졌다. 올해 정우람과 박희수가 복귀하면 이들의 짐은 줄어들 것이다.
차우찬은 지난해 69경기 82이닝을 던졌다. 경기 수는 3번째, 이닝은 2번째 많다. 2013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을 했던 차우찬은 지난해는 오롯이 불펜으로만 69경기에 나섰다. 2이닝을 던지기도 하고,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도 가리지 않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5선발 배영수가 FA 이적했지만, 차우찬을 선발로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불펜의 핵심 요원이 됐다. 임창용의 불안요소를 생각하면 안지만 앞에서 차우찬 역할이 더 커진다.
NC는 우완 원종현(73경기 71이닝)과 좌완 손정욱(67경기 44이닝)이 마당쇠였다. 각각 최다 출장 2위와 5위인 원종현과 손정욱은 시즌 막판 다소 실점이 많아졌으나, NC 불펜를 기대이상으로 두텁게 한 주인공이다. NC 마무리 김진성은 "앞에서 원종현과 손정욱 등 다른 불펜들이 잘 막아줘 나에게 세이브 기회가 왔다"며 고마워했다. 올핸 불펜에서 이민호 등이 선발로 전환해야 하기에 원종현과 손정욱의 책임감이 더 커져야 한다.
넥센은 셋업맨 한현희가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기록했다. 48경기 69⅓이닝. 그런데 한현희는 올해 선발로 전환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확실한 토종 선발이 별로 없는 마운드를 고려해 한현희를 선발로 바꾼다. 한현희가 빠진 자리에는 조상우가 바통을 넘겨 받아야 한다. 지난해 48경기 6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47로 대활약했던 조상우가 셋업맨 임무를 잘 이어받는다면 선발 강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LG는 유원상과 이동현이 60경기를 넘겼다. 유원상은 66경기-68이닝, 이동현은 61경기-59⅓이닝을 책임졌다. 이동현은 최다 경기 출장 불펜 투수 15걸 중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동현이 8~9회 있었기에 마무리 봉중근의 부담이 덜했다. 최근 3년간 평균 60경기 63이닝을 던진 이동현의 몸관리가 LG 불펜의 최우선 과제다.
두산은 윤명준(61경기-71⅔이닝)이었다. 좌완 이현승이 65경기로 경기 수는 윤명준보다 많았으나, 선발로 3경기 뛰었음에도 이닝은 55이닝으로 적었다. 이용찬의 군입대, 정재훈의 FA 보상 이적 등 헐거워진 불펜에서 윤명준의 올해 위상은 더 커진다. 롯데는 좌완 원포인트로 활약한 이명우가 64경기(42이닝)으로 가장 많았다. 김승회, 김성배에다 정재훈까지 가세해 롯데 불펜은 서로 짐을 나눠질 수 있다. 한화는 투수진 최고참인 박정진이 60경기 49⅓이닝을 던졌다. 안영명은 선발로 뛴 6경기 31이닝을 빼면, 불펜으로는 42경기 66⅔이닝을 던져 만만치 않았다. 윤규진, 권혁까지 가세해 한화 불펜은 조금 더 두터워졌다.
역대 한 시즌 투수 최다 출장은 85경기(류택현, 정우람)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던진 진해수의 기록(75경기)보다 10경기 더 많다. 144경기 시대, 각 팀들의 불펜 마당쇠들은 얼마나 많이 던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