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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357. 갑오년을 보내며
갑오년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올해는 유독 대한민국에 사건·사고가 많았다.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4월 세월호 침몰사고, 10월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12월 오룡호 침몰사고까지. 오죽하면 국민들이 달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한숨을 쉬었을까.
경제는 더욱 나빠졌다. 우리나라는 34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는데,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서민 경제는 불황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은 무너졌고 빈곤층은 몇 배로 늘어났다.
“가게 문을 닫게 됐다”며 법당을 찾아오는 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구명시식을 올리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다. 체감하기로는 IMF 때보다 심각하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은퇴해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분들이 자식 뒷바라지에 빈곤층으로 전락해 아파도 병원도 못 간 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하늘에서는 웃지 못 할 사건이 터졌다. 일명 ‘땅콩리턴’ 사건이다. 처음 기사가 보도됐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졌나 싶은 것이다.
항공사 오너의 딸이자, 부사장이 사무장의 고객 응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륙 직전의 비행기를 다시 플랫폼으로 돌렸다니, 이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 게다가 이 모든 사건이 바로 땅콩 봉지에서 시작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문득 내 친구가 생각났다. 그는 술을 마셔도 절대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은 하도 신기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친구는 “아버지 덕분이야”라고 말했다. 그가 20살이 되던 날, 친구 아버지는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줄 때가 됐다”면서 친구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손수 친구에게 술을 따라주시며 신신당부하셨다. “술 마실 때는 항상 조심해라. 기분 나쁘거나 슬플 때는 술을 마시지 마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만약 여자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가면, 항상 나이가 너보다 많은 여자는 이모라고 생각하고, 나이가 너보다 적은 여자는 사촌여동생이라고 생각해라. 그렇게 생각하면 여자종업원에게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덕분에 친구는 술자리에서도, 골프를 칠 때에도 절대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 친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실수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고 평판도 좋아서 하는 일도 술술 풀렸다. 남자에게 ‘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친구의 아버님께서는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품성과 성품은 다르다. 품성은 이미 타고난 자신의 격이요, 성품은 교육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품성이 박하게 태어났다면 교육을 통해 성품이라도 바르게 클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 자식교육은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너무 엄한 것은 좋지 않지만 예절을 가르치기 위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