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이하 LIG) 김요한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을 승리한 뒤 "만감이 교차한다. 천안에서 첫 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숙였다. LIG는 이날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천안에서 이기기까지 10년이 걸렸다. LIG는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후 26차례 천안을 방문했지만, 단 1번도 이기지 못하고 26연패를 당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요한의 천안 첫 승이기도 했다. 연패를 당할 때마다 팀의 주포로서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 가장 컸던 김요한이었다.
김요한은 이날 27점을 쏟아부으며 외국인 동료 에드가(39점)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마지막 5세트 15-14에서 강력한 후위 공격으로 위닝 포인트를 올렸다. 승리가 확정되자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동료들과 격하게 기쁨을 나눴다. 그는 "현대캐피탈과 하면 아쉬운 경기가 너무 많았다"며 "오늘은 경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나도 경기를 앞두고 설레더라. 1세트를 지면 경기가 힘들 것 같아서, 동료들에게 1세트를 꼭 이기자고 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던 원동력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교롭게 LIG 이름으로 치른 마지막 천안 원정에서 승리했다. LIG는 지난 7월 모그룹이 KB금융에 인수되면서 배구단도 KB금융 소속이 됐다.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올해까지 LIG 이름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인수 승인이 떨어지면 내년 1월부터 'KB손해보험' 배구단으로 이름이 바뀐다. 김요한은 2007년 데뷔 후 지금까지 'LIG맨'으로 살아왔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천안 원정 승리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다.
김요한은 '26연패 동안 가장 아쉬웠던 패배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지난 2009~2010시즌 천안 원정을 언급했다. 당시 LIG는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마지막 5세트 14-12로 앞선 상황에서 연속 실점을 해 무릎을 꿇었다. 현대캐피탈 소속이던 박철우가 50점을 퍼부으며 LIG에게 아픔을 줬다. 그러나 고스란히 갚아줬다. 김요한은 "오늘은 우리가 5세트 12-14에서 뒤집었다. 당시 기억이 많이 난다. 현대캐피탈과 경기는 하면 '마'가 끼었다고 할까. 진짜 뭔가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요한은 올해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 뿐만 아니라 블로킹, 리시브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요한은 "블로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두 차례 손등 부상을 당한 뒤 트라우마가 있었다. 통증이 워낙 심했다. 요즘도 테이핑을 많이 한다. 그러나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승리로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내년에 팀 이름이 바뀌는데 새출발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는 말에 "나보다는 (이)경수 형이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정말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