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은 따뜻한 기후를 찾아 15일부터 21일까지 제주에 전지 훈련 캠프를 차렸다. 그런데 훈련 첫 날인 15일부터 대표팀 훈련장인 서귀포시민구장엔 세찬 겨울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제주도의 최저 기온은 평균 4도로 평년의 5.2도보다 1도 이상 떨어졌고 눈이 내린 곳도 있었다. 비까지 쏟아져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느껴졌다. 대표팀 신태용 코치(44)는 선수들을 향해 연신 "감기 조심하라"고 주문했다. 훈련 이틀 째인 16일에도 악천후는 이어졌다. 이날 최저 기온은 영상 1도. 서귀포시민구장엔 천둥을 동반한 눈과 비가 교대로 내렸다. 훈련 시작 직전에는 우박까지 쏟아졌다. 흡사 비비탄(BB탄: 플라스틱이나 쇠구슬 같은 장난감 총알)이 떨어지는듯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묵묵히 운동장을 돈 뒤 예정대로 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궂은 날씨는 일주일 동안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28명의 대표 선수들에겐 '불편한 상황'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잔디에선 패스와 움직임이 제한된다. 공이 지면 그라운드에 닿는 순간 평소보다 더 빠르게 미끄러지듯 튀어오른다. 공을 차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패스 미스 부담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실수로 자신의 점수가 깎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패스보다 돌파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력 질주를 하다가 방향 전환 과정에서 자주 미끄러지기도 했다. 기량을 100% 발휘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선수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대표팀은 전지 훈련 기간 내내 비와 추위 속에 갇힐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사령탑인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는 첫 날 훈련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주를 택한 이유는) 날씨가 좋아서다. 비가 오긴 해도 서울의 강추위보다는 낫다. 훈련하기에는 나쁘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아했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대표팀 수석코치 역시 16일 인터뷰에서 "제주가 날씨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당초 계획했던 스트레칭 위주의 훈련 대신 땀을 낼 수 있는 달리기와 미니게임 위주로 했다"면서도 "강도는 더 센 훈련이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다. 전지훈련 전체 계획에 차질을 빚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