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하비에르 아기레(56)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스페인 검찰에 고발당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6일 "스페인 검찰이 아기레 대표팀 감독을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해 15일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타이밍이 공교롭다.
아기레 감독은 전날인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일본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일본은 아시안컵의 최강자다. 1992년 10회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뒤 6번 동안 무려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카타르 대회 챔피언이다. 아기레 감독은 "정예 멤버들과 함께 이번에 아시안컵 우승 타이틀을 지키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지만 하루도 안 돼 지휘봉을 놓아야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일본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아기레 감독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케이스포츠는 "수사가 시작되면 스페인 발렌시아 법원이 아기레 감독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며 "1월9일 개막하는 호주 아시안컵을 직접 지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의 변호인은 이 매체를 통해 "법원 출석은 이르면 내년 2월 경에 이뤄질 것이다. 아시안컵을 이끄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 출석과는 별개로 이미 여론은 들끓고 있다. 아시안컵 준비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에서 수사를 받게 되는 아기레 감독를 보는 시선이 고울리 없다. 아기레 감독이 대표팀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보고 일본축구협회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스페인 검찰은 아기레 감독이 2010~2011시즌에 지휘봉을 잡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라고사 감독 시절 승부 조작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당시 아기레 감독은 사라고사를 최종순위 13위에 올려 1부 리그에 잔류시켰다. 그런데 강등 여부가 정해지는 레반테와의 최종전에서 레반테가 주축 선수 5명을 빼는 등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않아 고의적으로 사라고사의 잔류를 도왔다는 의혹을 일었다. 사라고사가 이 경기에서 졌으면 그대로 2부 리그로 강등될 처지였다. 자연스레 승부조작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스페인 검찰은 최근 일부 혐의를 입증해 관련자들도 불러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그 동안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언론과 팬을 등에 업고 함께 싸우고 싶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