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주요 계열사 수장을 대폭 교체했다. 최태원 회장 부재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인사쇄신으로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성장 둔화 등으로 높아지고 있는 위기감을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9일 계열사별 이사회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등 주력 계열사의 CEO를 모두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정철길 SK C&C 사장이, SK텔레콤 사장에는 장동현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가, SK네트웍스에는 문종훈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이, SK C&C 사장에는 같은 회사의 박정호 부문장이 각각 이동, 승진 보임됐다. SK에너지는 정철길 이노베이션 사장이 겸직한다. SK하이닉스는 박성욱 사장이 그대로 유임된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실적이 그대로 반영됐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억8700만원에 불과했다.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엔 석유개발 사업 선전 등으로 간신히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발생으로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냈다. 본업인 석유정제사업에서 잇따라 적자를 내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 C&C 등 IT업종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조44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90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SK그룹은 계열사 CEO들을 세대 교체하는 대신 그룹 전체를 조율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대해선 경륜 있는 인물들을 배치, 안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는 김창근 의장을 재신임했다.
SK그룹은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임원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이는 예년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에서 임원 승진규모가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