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는 지난 7일 전국 관객 2127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14위에 머물렀다. 누적관객은 79만7075명. 지난 4일 79만 고지를 밟은 이후 3일 동안 1만 명을 쌓지 못했다. 그 사이 530개에 달했던 스크린 수는 어느새 40개 정도로 크게 줄었다. 사실상 극장가에서 내려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11월 충무로 최대 기대작이었던 만큼 현재 받아 든 성적표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카트'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여성으로 이뤄진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뤘다.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로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보 앞에 무력했던 사람들이 파업을 통해 함께 일어서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노동 운동에 관심이 많은 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문정희·염정아·김영애를 비롯한 베테랑 명품 연기자들과 도경수(엑소 디오)·천우희·지우 등 개성 강한 충무로 유망주들이 조화를 이뤘다.
개봉에 앞서 평가도 좋았다.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인터스텔라'(7일 현재 910만1630명)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관중 동원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어 '퓨리'(125만4938명)와 '헝거게임:모킹제이'(83만5956명)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화제성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누적관객과 별도로 영화가 던진 묵직한 화두는 유효하다. 배우 문정희는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봐주셨으면 한다. 문제는 사회에서도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 아닌가. 공감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업영화가 다루기 힘든 비정규직 문제를 소재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흥행과 별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파급력이 없었다. 하지만 상업영화가 이 문제를 다시 전하면서 이슈가 되고, 공론화가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관객이 보지 않은 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카트'는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발표한 4분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