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 저녁 안암동 근처 허름한 쭈꾸미 집에 여자축구 관계자 몇명이 모였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자 한 참석자는 "여자축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날이다.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이 정말 애쓰셨다"고 기뻐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고려대 여자축구부 창단식'이 열렸다. 축구계는 '사학 명문' 고려대의 창단이 여자축구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단식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고려대를 시작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초중고 팀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고 밝혔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도 "한국 스포츠에서 여성들이 늘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고려대도 여학생 비율도 40%에 육박한다. 남성 위주 스포츠의 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 규상 회장이 창단의 산파 역할을 했다. 수 년 전부터 각계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김병철 총장이 재단 이사회에서 과감하게 필요성을 주장하고 정몽규 회장까지 지원 사격에 나서 결실이 맺어졌다. 오 회장은 "내년 6월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2019년 여자월드컵월드컵 유치로 여자축구 중흥기가 올 것으로 믿는다. 고려대가 큰 힘이 될 것이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고려대는 작년 12월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창단 협약을 맺고 약 1년 간 준비기간을 거쳤다. 내년 신입생 17명을 선발해 광양에서 전지훈련도 소화했다. 초대 사령탑은 부천 SK와 전남에서 프로 선수로 활동하다가 울산 현대 코치를 거친 유상수 감독이다. 유 감독은 "선수둘이 기본기가 아직 부족하다. 당장 우승 욕심보다 기본기를 잘 갖춘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고 포부를 전했다.